▲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필자는 위와 같은 기록들을 바탕으로 진주시내 냉면집을 모두 방문했으나 진주냉면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물론 진주냉면과 비슷한 냉면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진주의 냉면집 대부분 평양냉면을 하고 있었고, 사천에 있는 재건냉면이 평양냉면과 차별화 돼 있었으나 진주냉면으로 특정할 근거가 희박했다.

그러던 중 70세가량 된 노인을 만나 자기 어렸을 적 진주냉면집이 있었던 곳을 안다고 해 그곳을 취재하던 중 평화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김점순 할머니를 만나 진주냉면집과 관련된 사람들을 수소문해 만날 수 있었다.

이때(1999년) 만났던 분들이 1928년부터 자기의 어머니가 진주냉면집을 했다는 상봉동 거주 김양훈(81) 할머니, 수정식당 주방에서 일했던 정태호(71) 씨, 중앙시장 나무전거리에서 평화식당 김점순(61) 씨다.

강수영(1909년 출생) 씨는 1900년도 초 어머니인 순흥 안씨인 안장금 할머니가 수영이네 집으로 불리는 진주냉면집을 운영하다 수영식당이라는 상호로 변경해 운영해 왔다고 한다.(진주시 상봉동 거주 강대백(당시 83세) 씨 증언)

1960년대 중반까지 옥봉동을 중심으로 수정식당, 평화식당, 은하식당 등 7~8개 업소가 성업 중이었으며, 옛날에는 이러한 식당들이 하인을 두고 직접 배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진주냉면은 1966년 중반 중앙시장 화재로 인해 상가가 소실되면서 은하식당이 없어지고, 몇 년 후 나무전거리에 있던 평화식당 마저 폐업을 해 진주냉면의 맥은 완전히 끊어졌었다. 필자는 1999년 김양훈 할머니, 정태호 할아버지, 김점순 아주머니와 함께 사라진 진주냉면을 재현하게 됐다.

평양냉면이 동치미국물을 사용했다면 진주냉면은 동치미국물 대신 거제, 남해, 사천 등지에서 잡히는 죽방멸치를 이용한 멸치장국을 사용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멸치장국을 끓일 때, 멸치의 잡 내를 없애기 위해 동이나 무쇠를 불에 벌겋게 달궜다가 끓는 멸치장국에 넣어 순간적으로 높은 온도로 가열해 멸치의 잡 내를 없애는 순간에 따른 가열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 진주냉면
멸치장국을 기본으로 해 진주냉면을 조리하는 집에 따라 각자의 맛을 내는 비법이 다른데, 첨가하는 재료와 육수의 맛이 조금씩 달랐다. 예를 들어 평화식당 계열의 김점순 아주머니는 멸치장국을 만들 때 멸치, 개발(바지락), 건홍합, 마른명태, 표고버섯 등을 넣고, 재래식간장으로 간을 맞추며 멸치장국을 만들었다. 수영식당 계열인 정태호(71) 씨는 멸치와 재래식 간장을, 1928년부터 자기의 어머니가 진주냉면을 했다는 상봉동 거주 김양훈(81) 할머니는 멸치와 양파를 넣고 재래식 간장으로 간을 했다.

이 사람들 모두 쇠고기의 사태살 또는 정강이 살을 푹 고아 기름을 건져 내며 육수를 내 멸치장국으로 빛깔과 맛을 맞췄다. 그런데 김양훈 할머니는 쇠고기를 잘게 편육으로 해 마늘을 빻아 재래식 간장으로 양념한 후 쇠고기 편육을 무쳐 뒀다가 이것을 삶아 육수를 만들었다. 김점순 씨는 꾸미로 김장배추김치를 그대로 잘게 썰어 얹고 배·오이를 채 썰어 얹고, 계란 황백 지단, 실백과 깨소금을 얹어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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