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안말환,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상)편에 이어서

◆기운생동 소나무, 만사형통을 기원하다

“소나무, 늘 푸른 게 청청하니 좋잖아요?” 소나무에 대한 안 작가의 첫 느낌은 그랬다. 사시사철 푸른 것이 우리 민족의 절개를 닮았고, 가지의 휨은 우리 민족의 질곡을 담아낸 듯했다. 처음에는 소나무의 강인한 겉모습을 보고 반했다면, 이후 작가는 소나무가 가진 내면의 힘, 우리 민족과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성에 푹 빠지고 말았다.

“소나무를 엄청 사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소나무의 겉모습이 이루어내는 조형성에 빠졌다가 그릴수록 그 안에 내재된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됐지요.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한국인 정체성의 최고의 코드’라고 말이에요. 그 말이 진짜인 것 같아요. 몇 백 년을 살아오면서 우리의 모든 역사를 품고 있잖아요. 정말이지 우리 민족의 절개와 인내를 상징하는 것만 같아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야말로 ‘소나무 예찬(禮讚)’이다. 그런 그가 앞으로 100년 후쯤에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가 되면서 소나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서인가. 그는 요즘 다른 무엇보다도 소나무를 그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에는 그가 그린 100호짜리 소나무 작품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안 작가가 그린 소나무 그림을 보고 있으니 기(氣)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소나무 작품을 보면서 ‘기운생동’의 활기찬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안 작가만이 가진 독특한 기법, 질감이 살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소나무가 가진 상징성을 표현하기 위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작가의 그 생생한 기운이 투영됐기 때문인
것이다.

“주변에서 이런 말들을 많이 해요. ‘이제는 고생 그만하고 편하게 그려.’ 그런데 저만의 기법인 마티에르를 버릴 수 없어요. 나중에는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역시 ‘안말환의 소나무’라고요.”

소나무를 그리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가 워낙에 많기도 하거니와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소나무를 그리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미 소나무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소나무의 그 곧은 절개와 아름다운 외형을 혼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작가 안말환. 독야청청 푸른 소나무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쉼이 없는 곳에 평안을 주는 그의 나무 연작이 끝없이 이어지길 소망한다.

▲ 화가 안말환,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백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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