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시인

연어처럼

▲ 이창식

     
 

그대 이름에는 고향 샛바람 같은 소리가 나다.
그대 이름처럼 연어가 돌아오던 날
비망록 갈피마다 유년의 꿈 끼워보다.
어머니의 남루한 허리께로 파도가 치는데
그것에 아랑곳없이 들리는 낮은 목탁의 관음(觀音).
세상의 폭풍을 용하게 넘다.
살구나무집 종부 노릇으로 한세상 넘기고
살점 핏점 뜯고자 달려드는 아귀 잠재우고
온갖 작살 다 피해서 터득한 입신의 너그러움.
다시 녹여 천 년 매향(埋香) 피워올리는 듯이
그대 육신까지 해체시키는 보살행을 보다.
그대 이름에는 다 주고 간다는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있다.
바다 위 보름달이 떠오르면 빙그레 웃으시며
둥글게 사는 법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바다 속 고래가 가로막으면 용하게 어루만지면서
때론 독한 적도 쓰다듬는 법이라고 일깨우다.
그 큰바다를 가로질러 갔다가 다시 오는 한 생애
그렇게 어머니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가는 꿈으로 살다.
그대 이름에는 불가사의한 여래(如來)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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