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나름 노력했다”… 내용 확인 회피

▲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등 탈북자 관련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청소년 9명의 안전을 위해 우리 정부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명승일.임문식 기자] 이른바 ‘꽃제비’로 불리는 탈북자 고아들이 최근 라오스에서 추방돼 강제 북송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을 탈출해 지난 10일부터 라오스 당국에 억류됐던 탈북 고아 9명 전원은 28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거쳐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우리 라오스 대사관 측과 외교부는 결과적으로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언론과 정치권은 외교부의 부실 대응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핵심 논란은 탈북 고아들이 17일간 라오스 당국에서 조사받는 동안 우리 대사관 측이 한 번도 이들과 면담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북한 측 인사는 신분을 숨기고 이들을 수차례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기간 탈북자 일행이 긴급구조 요청을 최소한 4차례나 했지만, 대사관 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사건 당사자의 안위와 해당국과의 관계를 들어 “탈북민 관련 사항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외교부로선 개선점을 도출해 보완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라오스 대사관이 공식 면담만 요청한 채 탈북자들과 따로 만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대사관이 아예 면담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대사관은 탈북자와) 면담을 추진했고, 전혀 추진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탈북 고아 9명 중에 납북 일본인의 아들이 포함됐느냐는 질문엔 “아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은 외교부의 대응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고 “외교 당국은 탈북자 강제 북송 과정에서 우리 측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 관계자의 잘못이 드러난다면 이는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통상적인 루트인 동남아지역의 대사관에서 그곳의 외교관들이 전혀 훈련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매뉴얼로 대응했다는 것은 우리 외교의 여러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강제 북송과 관련해 유엔난민기구(UNHCR)를 비롯한 관련 기구에 문제 제기를 하고 동시에 북송된 9명의 안전 보장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구들은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한 뒤,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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