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정성산 씨

▲ 정성산 영화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북한 1%의 부유층 소유물 ‘핸드폰·PC’
사이버전 통해 자유민주사상 투입 가능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이는 국내에서 꽤 유명한 영화로 손꼽힌다. 북한에 대한 디테일함이 살아있기 때문일 터다. 그러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각색한 자가 탈북자 출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탈북 이후 한국생활 19년차에 접어든 정성산(47) 영화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8일 정전60주년을 기념해 천지일보가 주최한 ‘스마트세계평화포럼2013’이 서울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포럼 특별전으로 마련된 한한국 작가 작품 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정 감독은 NK문화재단의 이사장이란 직함도 갖고 있다. 그는 매번 공연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문화를 매개로 남북통일에 힘을 실어주길 염원한다. 진정한 통일은 서로의 마음이 하나가 됐을 때며 이러한 고리역할로서 문화가 제격이라는 게 정 감독의 목소리다.

정 감독이 북한의 현실을 공개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폐쇄적인 국가체제에 문제가 많음을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 감독의 파란만장한 인생굴곡은 새로운 세상으로 눈을 뜨게 한 남한방송에서부터 시작됐다.

“차가 전복돼 탈출에 성공했어요. 하늘이 저를 택한 거죠.”

지난 1994년 정 감독은 남한방송을 몰래 보다 적발됐다. 수용소에 잡혀 들어갔고, 이후 개성으로 이송돼 13년형이란 재판을 받고 다시 수용소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이때 타고 있던 차가 전복됐고 정 감독은 이 틈을 타 탈출했다. 고향이 평양인 정 감독은 몰래 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정 감독의 탈출이 빌미가 돼 집은 이미 쑥대밭이 된 상태였다. 부모님은 산골유배지로 추방됐고, 아버지는 결국 처형됐다.

정 감독은 국경경비대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으로 도망, 이후 몽골, 베트남, 다시 중국을 떠돌아다니며 거지생활을 연연하다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당도했다. 그 뒤로 한국에 정착했고, 한때 북한에서 배운 영화공부 실력을 발휘해 한국의 굵직한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북한민주화운동 자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라는 IT 소재로 통일과 평화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정 감독의 답변이다. 그의 말 속에는 반드시 해야 된다는 사명감과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동시에 드러났다. 그러면서 지난 19년 전 뼈저리게 느낀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해 쉬지 않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무엇보다 부유층, 즉 북한의 최고사령부 1%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1%의 규모는 북한의 계층 구조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측근으로 볼 수 있다.

정 감독은 “북한의 1%는 기가 막힌다. 지상낙원이다. 벤츠가 몇 대씩 있고 자녀들 다 유학 보내고. 이 1%의 평화를 위해서 나머지 99% 동포를 죽이는 것은 평화의 본질이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북한에는 부유층만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북한에는 120만 대의 핸드폰이 있다”며 “또 북한에는 300만 대 PC가 있는데 북한의 인트라넷(한국의 인터넷)을 해킹해서 북한의 전산망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전파한다면 북한에는 엄청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해커들과 북한에서 대대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해커들 간에 사이버전쟁이 반드시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는 IT시대에 접어들었고, 이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는 문화‧기술적 도태에 빠질 것이라는 점도 한 몫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 정성산 영화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무엇보다 정 감독은 북한에서 진행 중인 통신사업에 대해 자세히 언급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핸드폰은 노키아, 중국 것, 삼성 등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통신사인 ‘최신성’은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에서 만들어줬죠. 핸드폰을 사용하면 최신성에다가 통신료를 내는데 이때 절반은 당에 바치고, 나머지는 오라스콤 텔레콤이 가져갑니다.”

정 감독은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으로 시작된 ‘외화벌이 사업’ 중 하나인 통신사업이 북한의 민주화운동의 불씨를 키우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정 감독의 예상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핸드폰 및 PC 사용자들 즉 김정은 측근인 부유층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한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이버전을 치르기 위해 대대적인 해커들을 양성하고 있다. 영재로 발탁되면 초등학생 때부터 C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할 정도다.

올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진 ‘3.20 방송국·은행권 해킹 사건’만 해도 북한의 해킹 도발은 한국의 일상생활을 혼돈스럽게 만들 만한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그는 앞으로 남북통일이 머지않았다고 덧붙였다. IT 바람으로 인해 사이버전을 치를 날이 얼마 남지 않다는 소리와도 같다.

정 감독은 “현재로선 스마트폰이 북한에서 대중화되긴 어렵다. 반면 부유층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 것”이라면서도 “처음부터 그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심겨주는 것은 쉽진 않겠지만 꾸준히 전하다보면 언젠간 북한에도 자유민주사상이 심겨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덧붙여 그는 한반도 통일에서 오는 이점을 시장경제논리에 맞춰 ▲7000~8000만 명(북한 2400만 명, 남한 4900만 명) 시장 형성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북한의 부동산 가격 500배 이상 상승 ▲북한의 의식주 문제 3년 안에 해결 가능 ▲제2의 한강의 기적은 ‘대동강의 기적’으로 기록될 것 등으로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가장 눈물겨운 소망을 전했다.

“‘5년 안에 평양 살자.’ 제 간절한 목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이라 할 수도 있고, 박근혜 대통령 5년 임기 후 일 수도 있죠. 그래서 전 통일이 되기까지를 딱 10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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