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죄는 인정하되 형은 면해주는 것으로 기나긴 법정 줄다리기는 끝이 났다.

이 전 회장은 아들인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주려고 삼성SDS 주식을 헐값으로 발행한 뒤 인수해줬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회사에게 끼친 손해액만도 227억 원에 달한 점을 인정해 조세포탈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그리고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이 전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그룹의 명예와 이미지 내지는 이 전 회장의 사회적 혹은 경제적 위상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결국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을 거짓말로 만든 장본인이 됐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6월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판결 역시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는 사법부는 존재가치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국민의 신망을 얻어야 함에도 이번 삼성 판결은 다시 한번 우리 법조계의 관행으로 굳어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입증하는 계기였다.

사법기관이 법을 집행함에 있어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없는 자에게는 가혹하다’면 누가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 무단횡단이나 쓰레기 투기는 기본이고 살인이나 절도, 강간 등 강력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이 된다 해도 피고에게 그 죄를 물을 수 있겠냔 말이다.

사법정의와 경제정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삼성판결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사법부가 유독 각종 탈법, 불법을 저지르는 재벌만 봐주는 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삼척동자도 비웃을 삼성판결. 사법부는 자연스럽게 흐르고자 물을 가로막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흐르는 물을 막는 행위로 인한 홍수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지 않도록 의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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