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의 왕 ‘후추’ 세계를 재편하다 (上)
향신료의 왕 ‘후추’ 세계를 재편하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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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추무역


◆후추무역


음식에 풍미를 더해 식욕을 촉진시키는 ‘향신료’. 고추, 후추, 마늘, 겨자, 생강, 계피, 정향, 육두구 등의 향신료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품이다. 향신료가 지금은 이렇게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품이지만, 15세기경 유럽에서는 금과 견줄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더 놀라운 것은 향신료의 왕으로 통하던 ‘후추’라는 작은 열매가 신세계를 열었고, 세계를 재편했다는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15~17세기 초반까지를 ‘대항해 시대’라고 부르는데, 당시 유럽 국가들을 바다로 이끈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 ‘후추’라는 향신료다.

후추가 귀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후추는 단순한 식품으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의약품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또 후추에 부패 방지 효능이 있어 미라를 만드는 데도 쓰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 후추, 유럽인을 바다로 이끌다

대항해 시대하면 가장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유럽에 알린 콜럼버스를 떠올릴 것이다. 콜럼버스는 왜 바다로 향했을까?

오늘날과 달리 당시 사람들에게 바다로 나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냉장고도, 통조림과 같은 가공 기술도 없던 시대에 많은 먹거리가 필요했던 장거리 항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항해를 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럼버스를 비롯한 많은 모험가들이 당시 바다로 향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후추’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중세 유럽인들은 인도에서 건너온 후추의 이국적 향미에 매료됐다. 고기가 주식이었던 유럽 사람들에게 후추의 맛은 신세계였다. 후추가 육류의 누린내와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고 좋은 향이 나도록 해 식욕을 자극했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 고기가 쉽게 변질되는 것을 막아줬다. 이에 중세의 왕족과 귀족 등 부유층들은 후추에 열광했고 후추의 소비가 늘어나면 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후추 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데는 유통의 문제도 큰 몫을 했다. 후추가 유럽에 유통되려면 인도 상인과 이슬람 상인, 베네치아 상인까지 적어도 3번 이상의 유통 단계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후추 값은 점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5세기 초 동로마 제국을 정복하려는 오스만 제국의 방해 때문에 지중해 일대의 후추 무역에 제동이 걸렸다. 심지어 1453년 동로마 제국을 정복한 뒤 아예 무역을 금지해버려 유럽에 후추의 유통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유럽 국가에서는 인도에서 바로 후추 등의 향신료를 들여오기 위해 바다로 향했던 것이다.

포르투갈은 먼저 엔리케 왕자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뱃길, 인도양 항로 개척에 성공했다. 포르투갈은 인도의 후추를 독점해 유럽 국가에 판매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포르투갈과 라이벌 관계인 에스파냐는 포르투갈의 성공적 항해 소식에 위기감을 느껴 콜럼버스를 통해 인도로 가는 뱃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콜럼버스는 대서양을 가로질러 항해하면 인도에 도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세계지형을 알고 있는 현재의 시각으로 볼 땐 너무도 터무니없는 사실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콜럼버스는 자신이 도착한 현재의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했던 것이다. 콜럼버스는 그 땅에서 금과 은을 갖고 금의환향했지만, 정작 원했던 후추는 얻지 못했다.

 

▲ 후추를 수확하고 있는 흑인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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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영 2013-05-26 23:33:23
후추가 몸에는 백해무익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여러 용도로 쓰여 질 줄을 몰랐네요ㅎㅎ

여름향기 2013-05-26 17:41:36
후추가 맛만 내는게 아니라.... 고기의 부패를 막는 기능까지 하는줄은 몰랐네요~~ 후추 안먹은지 오래 되었는데,,, 향을 음미하면서 한면 먹어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