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문학관

 


▶ (上) 편에 이어서

조병화 시인은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 넣는 일에 힘을 쏟았다. 시인이 1981년 3월 인하대학교 문과대 학장으로 취임하였을 때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하여 ‘꿈’이란 글씨가 새겨진 깃발을 직접 제작하여 나눠준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기자가 조병화문학관 취재를 하고 돌아온 날 우연히 TV에서 아주 오래된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1997년에 히트했던 한석규(권동현 역)와 전도연(이수현 역)이 주연한 영화 ‘접속’이다. 가슴 아픈 사랑의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PC통신을 통해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에 대해 알게 되고, 결국 극적으로 서로의 사랑이 된다.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영화 말미에 이수현이 ‘다시 만날 사람은 꼭 만난다’는 믿음을 갖고 오랜 시간을 극장 앞에서 기다렸기 때문이다. 만일 그녀가 조금이라도 그 믿음에서 흔들렸다면 그들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지만 다시 보니 당시 극장에서 느꼈던 감동이 되살아났다. 아마도 조병화문학관을 다녀온 뒤라 더 그랬을 것이다. 시인은 고독한 존재인 인간이 꿈과 사랑을 통해 자아 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속 동현과 수현은 바로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었고, 또 자아를 아름답게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을 사랑을 통해 찾은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조병화 시인이 타계한 것이 2003년 3월의 일이니 꼭 10주기가 되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말이 있다. 이는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로 원래는 ‘기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라는 뜻이었는데, ‘아르스(Ars)’가 ‘아트(Art)’로 바뀐 뒤 ‘아트’가 갖고 있는 예술과 기술이라는 두 가지 의미 가운데 예술이 널리 쓰이다 보니 번역이 잘못되어 지금의 표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그 유래가 어찌 되었든, 인간의 유한성과 예술의 무한성을 대조적으로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있는 한 ‘봄처럼’ 부지런하게 ‘죽으면 썩을 살’을 아끼지 말고 자신을 자신답게 하는 ‘꿈이라는 꽃봉오리’가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꽃피는 계절을 맞는 우리에게 편운(片雲)의 시가 주는 울림이자 가르침이다.

[김응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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