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주군과 여주문화원이 15일 마을주민과 각계각층 인사와 함께 일제의 잔재인 쇠말뚝을 제거하고 있다. (제공 : 여주군청)

한반도의 기맥을 막기 위해 일제가 박은 것으로 알려진 쇠말뚝(혈침) 한 개가 광복절 64주년인 15일 뽑혀 나갔다.

여주군과 여주문화원은 이날 여주군 강천면 강천2리 자산 등산로에서 마을주민과 기관, 사회단체장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일제의 잔재인 쇠말뚝을 제거하고 정안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이기수 여주군수는 “이 자산은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쇠말뚝을 박아 우리나라의 기맥을 차단하는 만행을 저지른 현장”이라며 “광복절 제64주년을 맞이해 쇠말뚝을 제거하고 정안기원제를 개최함으로 혈맥과 국운융성의 기를 찾기 위해 이런 행사를 갖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에 제거된 쇠말뚝은 지난 2007년 마을주민과 공무원이 자산 등산로를 정비하다가 발견한 것으로 지름 4~5cm에 50cm 정도 땅 위에 솟아 있는 형태로 발견됐다.

이날 밑뿌리까지 드러난 쇠말뚝은 전체 길이 1.5 m로 드러났다. 여주군은 이 쇠말뚝을 (사)민족정기선양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쇠말뚝이 뽑힌 구멍은 자산 흙으로 채웠다. 그 앞에는 자산의 풍수지리학적 설명과 쇠말뚝을 제거한 이유가 기록된 표지판이 세워졌다.

표지판에 따르면 자산은 전설 속 동물인 해치가 강을 건너는 형상의 길지로 쇠말뚝은 해치의 꼬리뼈에 해당하는 지점에 박혀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 원선재(69) 강천2리 이장은 “기쁘고 속시원하다”면서 “수십 년 동안 무심하고 있던 쇠말뚝을 제거하니 앓던 이를 뽑아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발 280m인 자산은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위치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통했다.

마을주민에 따르면 강원도와 충청도 사람들이 자산을 고갯길을 통해 서울나들이를 자주 다녔다고 해서 지금도 자산 강천2리 마을은 ‘서울 나들이’ 또는 ‘다리(橋) 골’로 불리고 있다.

조성문 여주문화원 사무국장은 자산은 예로부터 걸출한 인물이 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은 조선시대 명장인 임경업 장군이 무술 수련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조 국장은 “조선의 풍수를 잘 아는 일본이 도처에 쇠말뚝을 박아 왔다”며 “우리의 기를 막았던 것을 해소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 주변에는 세종대왕릉도 위치해 있는 등 풍수적으로도 명당이 많아 쇠말뚝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쇠말뚝 제거작업이 더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마을주민 신동규(87, 강천2리) 옹은 “왜정 때 쇠말뚝이 거기만(자산) 한 개가 박힌 것이 아니라 주변에 여러 개가 박혀 있었지만 만만한 것은 옛날 노인들이 뽑았다”며 “일본이 우리나라에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이 나올까봐 혈기를 끊기 위해 그런 일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 일제의 쇠말뚝을 제거한 자리에 자산 흙을 채워넣고 있는 이기수 여주군수(왼쪽에서 세번째). (제공:여주군청)
▲ 여주군과 마을주민 등 300여 명이 쇠말뚝을 제거한 뒤 정안기원제를 올리고 있다. (제공 : 여주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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