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지진 때문이 아니다. 다름 아닌 일본 정치인들의 끊임없는 망언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끊임없이 잘못되고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을 괴롭혀왔다. 최근 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내 국제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가 있으니 바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아베 총리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을 펴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한 질문에 야스쿠니 신사와 알링턴 국립묘지가 다를 바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미국 국민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생각해 보라. 미국 대통령도 그곳(알링턴 묘지)에 가고 나도 일본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방문했다”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 대해 기도하는 것은 일본 지도자로서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임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다.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이 저지른 침략에 대한 정의가 확실하지 않다며 식민지 지배 역사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나는 한 번도 일본이 침략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침략에 대해 얼마나 잘 정의하느냐는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아베 총리의 이와 같은 발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97년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아서 (위안부 활동이) 생활 속에 녹아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일본군 위안부는 실제 있지 않은 허구”라는 망언을 일삼기도 했다. 또한 강제동원을 증명할 증거가 없고 침략전쟁인지 아닌지는 아직 제대로 정의된 게 없다는 등 왜곡된 역사인식을 일찍부터 드러냈다.

2007년 당시 일본 내각 관방장관이었던 현 일본 자민당 중의원인 시모무라 하쿠분은 “위안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나는 일부 부모들이 딸을 팔았던 것으로 본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망언 제조기’라 불리는 일본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최근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自虐)일 뿐이다. 역사에 관해서 무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아베 총리가 “침략에는 정의가 없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발언 후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쉴 새 없이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비처럼 쏟아지는 총탄 속에 몸을 내던져야 했던 군인들의 휴식을 위해 위안부 제도가 필요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만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시모토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게 아니라 한국이 선택한 것이다” 등의 망언을 일삼아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도지사와 지난해 ‘일본 유신회’를 만든 초극우파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비단 망언만을 일삼은 것이 아니다. 그는 미야기현에 있는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군부대 명칭인 ‘731’이라는 편명이 적힌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들의 역사가 부끄러워서 부정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진짜로 역사에 무지해서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부끄럽고 민망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아베 신조를 비롯한 일본 지도층의 군국주의·우경화 망언이 이어지자 일본 내에서도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시모토 시장의 발언은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연방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언어도단(Outrageous)이며 모욕적(Offensive)인 발언으로, 성적인 목적으로 인신매매된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은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이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계속되자 일본 5대 신문사도 산케이신문만 제외하고는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6일 ‘하시모토 시장, 이것이 정치인의 발언인가’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억지 주장이 통용될 리 없다”고 일축했으며 “일본이 비판받는 이유가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 담화를 어떤 식으로든 재검토하려는 정치인들의 언동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문은 “많은 여성들의 존엄성이 짓밟힌 사실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볼 때 부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여성계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망언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와타나베 요시미 다함께당 대표는 지난 15일 하시모토가 공동대표를 맡은 일본유신회와의 선거 공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전시 체제를 찬미하는 정치 세력과는 선을 긋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시장 등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왜곡‧부정하며, 상식 밖의 행동을 일삼고 있는 이들이 과연 ‘망언’으로 자신들의 정치야욕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왜곡된 역사의식과 상식을 저버린 망언은 결국 자신들을 침몰시킬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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