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스포츠는 이제 스포츠를 넘어서 국가적이고 문화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스포츠에 국가적인 상황과 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단이나 선수들에서 이러한 모습들이 많이 녹아들어 있다. 비단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인 규모의 스포츠 대회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소규모 국제대회서도 각국의 독특한 스포츠 문화가 나타난다.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제3회 동아시아 남자농구대회에 출전한 각국 선수단을 보면서 서로 다른 독특한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농구협회 홍보이사로 이 대회 홍보업무를 맡아 여러 선수단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게 되면서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주최국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주요 참가 선수단은 대체적으로 우리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나라들의 국가적 이미지와 비슷했다. 팀 운영 방법, 경기력, 인간관계 등 여러 면을 통해 각국 선수들의 특징들이 잘 나타났다.

한국 선수단은 강인한 정신력과 뛰어난 승부기질의 한국인 DNA를 잘 발휘했다. 팽팽한 경기에서는 상대의 기를 제압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며 필승의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농구 기본기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한국 선수단이 승승장구한 것은 이러한 한국인 기질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1m 90㎝ 이하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장대군단인 중국 선수단은 만리장성급 높이를 앞세우는 고공플레이를 펼쳤다. ‘제2의 야오밍’으로 기대를 모으는 214㎝의 왕저린을 주축으로 한 중국 선수단을 위해 대회 관계자들은 각별한 신경을 썼다. 장신 선수들을 위해 숙소 침대를 특별 배치했으며, 조선족 출신의 중국어 통역을 배정하기도 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2위 국가로 부상한 중국의 강력한 모습을 선수단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일본 선수단은 치밀하고 분석적인 일본인 기질을 잘 보여주었다. 경기 애널리스트까지 데려온 일본 선수단은 매 경기 철저히 분석을 하며 상대팀의 장단점을 연구하기도 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각종 국제문화행사에서 일본어 통역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는 박강자 씨는 일본 선수단 통역을 맡으면서 다른 통역보다도 훨씬 바쁜 모습이었다. 박강자 씨는 “이번 일본 선수단도 대체적으로 일본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꼼꼼하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일 스타일 등으로 대회 기간 내내 항상 긴장을 하며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대만 선수단은 중국보다는 작은 나라지만 내실 있는 경기력으로 한국, 일본 등을 위협했다. 세계 경제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만을 스포츠에서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대만 선수단은 미국 코치까지 대동해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홍콩, 마카오 선수단은 중국과 한 나라이면서도 예전 도시국가의 이미지를 대체적으로 갖고 있었다. 한․중․일․대만 등에 비해 전력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코트에서는 결코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삼각 무역과 카지노 관광 등으로 국가의 재정을 이끌고 있는 홍콩, 마카오 선수단은 대회 휴식기간 중 인천과 서울 시내 관광 등으로 색다른 재미를 즐기기도 했다.

러시아계 혼혈 선수가 포함됐던 몽골 선수단은 국내 취업중인 몽골인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으나 같은 조의 중국, 홍콩 등에 비해서는 전력이 크게 열세를 보였다. 몽골 선수단은 대회 조직위의 운영에 대체적으로 만족해하는 분위기였으며 한국과의 농구 교류에도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미 스포츠를 통해 세계가 연결되고 있지만 각국은 독특한 국가적 이미지와 민족성들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워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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