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14일 한 시민이 ‘전대 후문 납치 사건 목격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의 한 장면. 이날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여성이 에쿠스 차량에 강제로 납치됐다. “살려달라”는 외침에 시민들이 구하려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진출처: 동영상 캡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최근 온라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계동 납치사건’. 이 사건은 지난해 일어난 ‘전남대 여대생 납치사건’과 사건의 발단부터 경찰의 최종 마무리, 언론보도 행태까지 유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14일 한 시민은 ‘전대 후문 납치 사건 목격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전날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영상에는 전남대 후문에서 건장한 남성 3명이 한 여성을 에쿠스 차량에 강제로 태우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시민들은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여성을 구하려 달려들었지만 괴한들은 탑승을 완강히 거부하는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팔을 비틀어 차에 강제로 태운 채 달아났다. 이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퍼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모두 차지하며 언론과 국민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비명소리의 주인공은 임정희(가명, 22, 여) 씨. 평소 종교문제로 불만을 품고 있던 부모가 강제개종교육을 시키기 위해 딸을 전북 정읍의 외할머니 집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당시 광주 북부경찰서는 강제로 태워진 여성이 특정 종교에 심취한 것을 우려한 어머니와 지인이 딸을 데려가기 위해 벌인 일이라며 피해자가 전북 정읍의 외할머니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수사를 매듭지었다. 동시에 수많은 언론은 특정 종교에 빠져 학업을 포기하고 가출한 임 씨를 부모가 정당하게 데리고 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20일 피해자 임 씨는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폭행과 감금을 동반한 납치였다. 경찰이 ‘피해자가 납치가 아니라고 인정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의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날 그는 납치 시도 때문에 휴학을 하게 됐으며 사건에 대해 경찰이 엄정하게 재수사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전남대 납치사건과 중계동 납치사건은 상당 부분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가족 간 종교 갈등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납치가 이뤄진 점, 경찰이 ‘가족 내 단순 해프닝’으로 생각한 것, 언론이 3자 확인 없이 보도하는 점 등이다.

특히 언론은 납치‧감금이 엄연한 인권유린임에도 피해자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족들이 이를 걱정하고 있으며, 피해자가 오히려 잘못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인권유린도 문제없다는 식의 이러한 보도는 문제로 지적된다.

 

▲ ‘중계동 납치사건’ 관련해 유포된 SNS 메시지

▶[중계동 납치사건④]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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