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25일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여성폭력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행동이 ‘가정폭력 무대응 경찰 규탄 및 가정폭력 척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에 무대응하는 일부 경찰들을 규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해 4월 수원에서 벌어진 ‘오원춘 토막살해사건’에서 전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경찰의 안일한 대처 때문이었다. 피해자가 경찰에 구조요청을 했으나 경찰이 ‘단순 부부싸움’으로 치부해 끔찍한 결과를 낳았던 것. 이후에도 112 신고 후 경찰의 늑장 대처 등으로 신고여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이같이 경찰이 단순 가정폭력으로 판단했다가 피해자가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언론에 공개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경찰은 부랴부랴 ‘위급상황 시 가택 출입·확인 경찰활동 지침’을 내고 가정폭력범죄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기본적으로 해당 집의 방문이나 화장실 문 등을 열어볼수 있도록 했다. 또 올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4대 사회악에 ‘가정폭력’을 포함시켜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정서상 가정폭력을 한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고, 더욱이 가정폭력에 민감해야 할 경찰 중에도 일부는 아직도 인식이 부족해 피해자들에게 더욱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중계동 납치사건’에서도 성인 여성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가족 간의 해프닝”이라며 사건을 무마시켰다. 오원춘 살인 사건과 같은 양상이다.

지난 7일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한 경찰의 역할’ 세미나에서도 정춘숙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경찰이 가정폭력을 신고한 피해여성에게 “아줌마 말 자르는 거보니 더 맞아야겠네”라고 말한 사례를 소개하며 경찰의 태도와 인식을 꼬집기도 했다.

더불어 가족이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입히거나 폭행을 하지 않는다면 ‘가정폭력’이 아니라는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성긴급상담전화의 한 상담사는 “신체적으로 다쳐야만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납치처럼 억압을 당하거나 경제적 혹은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것 역시 가정폭력이다. 이 같은 정황을 나타내 주는 증거를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긴급임시조치권 등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계동 납치사건]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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