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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 이어서

중립·객관적이어야 할 언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실어

출처 없는 ‘사이비 종교’ 발언
사이비엔 폭력도 정당하다?

폭력·감금 등 인권유린에도
종교문제·가족갈등은 ‘방관’

[천지일보=박준성.강수경 기자] 본지 취재 결과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 가족들의 의사만 확인하고 사건을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납치로 보지 않고, 가족 내에서 일어난 단순한 종교 갈등으로 결론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및 구체적인 조사는커녕 가족 내에서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A씨 어머니 등의 말만 믿고 수사를 마무리해 버린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가족 간 납치 및 강제개종교육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의식해 복귀하는 차량에서  “A씨 어머니에게 전화로 (개종목사가 개입되면) 강제개종교육의 법적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정폭력에 민감해야 할 경찰이 이를 가족 내 문제로 치부하고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정폭력 등 ‘4대 사회악 근절’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선 경찰의 의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족이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입히거나 폭행을 하지 않는다면 ‘가정폭력’이 아니라는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 ‘사이비 종교’ 운운하며 왜곡 보도
이번 사건을 보도한 일부 언론이 사실과 다른 왜곡 보도를 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헤럴드경제’는 “경찰이 ‘A씨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이를 회유하려는 가족과 실랑이가 벌어진 단순 해프닝’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으나 본지 확인 결과 경찰은 “‘사이비 종교’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이비’라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거나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이 언론이 임의대로 ‘사이비’라는 표현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 아니라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경찰이 묻는 말에는 답변을 피하고 “우리 종교를 믿어라” “구원받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식의 헤럴드경제 보도 내용에 대해 “(A씨를) 불러서 조사한 적도 없고, 그런 말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면서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 헤럴드경제가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 해프닝’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언론 ‘프레스바이플’은 “강제개종을 위한 가족의 ‘납치’ 폭력을 아무 문제없는 것인 양 보도했다”며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을 강제로 차에 태우는 등 납치 의도를 보이면 이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납치·개종을 하는 것을 경찰이나 언론이 ‘가족 간의 해프닝’으로 종결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이와 함께 “국내법상 불법이 아닌데도 ‘사이비 종교’라고 단정지어 마치 해당 피해 여성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헤럴드경제 측은 프레스바이플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레스바이플 측은 “헤럴드경제 사회부장이 본지에 전화해 기자협회 가입여부를 물어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반말과 욕설을 섞어 협박했다”고 말했다. 또 “기자직을 걸고 이번 사안 팩트와 관련해 공개토론이라도 하겠다”며 언론으로서 3자 확인 및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왜곡 보도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양측 공방에 대해 한겨레신문 허재현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자로서 현 상황을 바라보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군소언론 기자에게 헤럴드경제 사회부장이 ‘너 기자협회 가입한 기자야?’ 물은 것에 제가 함께 화나는 이유는, 기자를 무슨 대단한 완장 하나 찬 것처럼 여기고 사는 속물근성을 보았기 때문이고, 그런 자가 사회부장 하는 언론 구조라는 게 화가 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자라는 타이틀보다 기자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고민하는 이들. 저는 이분들 편에 서렵니다”라고 덧붙였다.
 
▶ [중계동 납치사건]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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