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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객관적이어야 할 언론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실어

출처 없는 ‘사이비 종교’ 발언
사이비엔 폭력도 정당하다?

폭력·감금 등 인권유린에도
종교문제·가족갈등은 ‘방관’ 

[천지일보=박준성.강수경 기자] 최근 SNS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중계동 납치사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처음 이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경찰 조사 결과 ‘가족 간의 단순 해프닝’이라고 보도했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특히 경찰 조사와 언론 보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6일 새벽 트위터 등 SNS에서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생 정도의 여학생이 머리채를 잡힌 채 승용차에 납치됐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여중생이 괴한에 의해 납치됐다는 ‘중계동 납치사건’은 “경비실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한 여성이 납치된 것 같으니 자녀가 잘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방송이 나왔다”는 증언까지 더해지며 빠르게 확산됐다. 그리고 이날 오전 한 언론사는 ‘단독’이란 타이틀을 걸고 ‘중학생이 아닌 대학생 딸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부모와 벌인 실랑이며 단순 해프닝’이라고 보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경찰 조사 결과 대학생 A(23, 여)씨는 상식과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비 종교에 심각하게 빠진 상태로, 경찰 조사 중에도 묻는 말에는 답변하지 않고 계속 “우리 종교를 믿어라” “구원받아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나는 성인이고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왜 말리냐”고 따졌다는 것이다. 이날 가족들은 A씨를 회유하기 위해 이모집에 데려갔고, 경찰 관계자는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은 전혀 없었으며 A씨는 안전하게 귀가해 가족과 함께 있다”고 전하며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

첫 보도가 나간 후 일부 언론이 이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으나, 본지 확인 결과 경찰 증언과 다른 점이 다수 발견됐다. 그리고 언론 보도행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경찰 ‘가족 간 종교 갈등’이라 조사하지 않는다?
사건은 지난 15일 오후 10시 50분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이 아파트 단지에 사는 대학생 A(23, 여)씨는 A씨를 회유하기 위해 경기도 의정부시의 이모집으로 가자는 가족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당시 A씨는 이모집에 가지 않겠다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등 저항했지만 가족들에 의해 억지로 승용차에 태워졌고, 이를 보고 달려온 주민들과 경비원이 차량을 두들기며 막았으나 출발하는 차량을 막지 못했다.

주민들은 오후 11시께 경찰에 납치 신고를 했고, 경비원은 아파트 전체에 “납치사건이 발생했으니 집안에 자녀들이 잘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방송했다. 아파트 전체에 방송이 나가자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이 소식은 SNS 등으로 번졌다.

10분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폐쇄회로(CC)TV를 조사해 A씨와 가족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들이 이 아파트 단지 주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 노원경찰서(강력반)는 A씨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이모집에 찾아갔다. 이 장소에는 A씨 부모와 여동생, 이모‧이모부, 외삼촌 등 총 7명이 있었다.

피해 여성인 A씨는 경찰에게 “여기서 나가고 싶다. 가족들과 있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확실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문제는 경찰이 A씨가 가족과 있다는 이유로 A씨의 의사는 무시하고, 어머니 등 가족과 친척들이 “종교 문제로 발생한 가족 간 갈등이다”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말만 듣고 서둘러 수사를 종료했다는 점이다.

▶ [중계동 납치사건①] (2)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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