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서운 사서(史書)를 아십니까? ⓒ천지일보(뉴스천지)

 

삼국사기를 일컬어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무서운 사서라고 한다. 한반도를 넘어서 중앙아시아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게 바로 고려시대에 나온 삼국사기다. 그러나 이 역사서의 정확성을 운운하는 연구는 종종 있었지만 그 내용을 세밀하게 따져보는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삼국사기가 그저 한반도와 만주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단정 짓는 지금의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그래도 그 가치가 드러나지 않아 아직까지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다물구리 아시아역사문화원 오재성 선생을 통해 삼국사기의 위력을 살펴보자.

삼국사기는 다른 사서와 다르다. 이 역사서엔 가뭄, 기상, 지각변동, 지진, 홍수 등의 자연현상과 지역 특산물까지 모두 기술되어 있다. 지역에서 보이는 별자리까지 기록돼 그 세밀함에 혀를 내두른다.

오재성 선생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민속으로 현재 우리나라부터 중앙아시아까지 설명할 수 있다. 아니 그 시대의 지역을 가늠해볼 수 있다”며 “음력 8월 15일이 우리에겐 한가위이지만 이와 비슷한 개념인 명절이 아시아 전 지역에 퍼졌다. 이는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각변동과 관련해 한반도 내에선 신라와 백제가 같은 시기에 일어나는 게 마땅한데 기록엔 신라와 백제 각 지역에서 일어난 지각변동 시기가 차이난다”면서 “특산물 역시 그 지역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삼국사기에 기록된 지역의 특산물이 아직까지 나오는지, 아니면 조선시대에도 나왔다는 기록을 찾든지 하여 지역 검증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체의 움직임과 관련해 고등과학원(KIAS)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엔 일식이 67개, 행성의 움직임 40개, 혜성의 출현 65개, 유성과 운석의 떨어짐 42개, 오로라의 출현 12개 등 240개가 넘는 천문 현상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기록의 사실증명을 위해 천체 역학 계산을 한 결과 천체 관측기록 대부분이 사실이었다. 해와 달, 행성의 별자리에 관련된 기록을 실제로 일어난 현상과 전체적으로 맞춰보니 이 기록도 천체 현상이 일어난 연대와 날짜, 그리고 상황까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천체 움직임으로 사서를 증명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천체의 운동, 기상·지지학(地誌學)적 현상이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오늘날 역시 그 규칙성에 따라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 ‘삼국사기’ 신라본기, ‘삼국사기’ 백제본기

오재성 선생이 <삼국사기>에 묻다

Q. <삼국사기>에만 기록된 지역이 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환단고기> <규원사화> <중국25사> 등 모든 사서의 전체적인 흐름은 같다. 다만 <삼국사기>만이 유·연·제·노~오·월에서 대한 강역까지의 역사를 모두 기록했다. 나머지는 <중국25사> 동이전과 비교해 공통 부분과 비공통 부분으로 정리할 수 있다. 모든 역사서에서 공통 내용은 기자가 살던 조선이 있었고 그 지역에 고구려, 신라가 있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에선 신라가 소호금천 씨의 후예고, 고구려는 고신 씨의 후예이며 고구려, 백제, 신라는 기자의 땅에서 건국됐다는 기록이 있다. 고구려 모본왕의 평정 지역 및 백제 의자왕과 고구려 보장왕의 패망지역, 신라 김유신과 장보고, 최치원의 활동무대를 보면 기자가 살던 유·연·제·노~오·월에서 활동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

<삼국사기>엔 ‘三國有名未詳地方(삼국에 이름은 있으나 찾을 수 없는 지방)’인 360여 개 지명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찾지 못한 지명 중 40여 개를 유·연·제·노~오·월에서 찾아냈다.

Q. 유적 역시 유·연·제·노~오·월에서 발견했다.

14대 한웅에 치우가 있었고, 이를 천자라고 했다. 구리(九黎)의 최고통치자인 치우의 능이 산둥성 동평군에 있다. 김유신의 조상인 소호금천 씨의 능은 산동성 곡부에 있다. 또한 (고)조선 때 기자의 능이 몽성에 있다. 그리고 백제의 의자왕과 그의 아들 부여 융의 묘 역시 산둥성 서북방산에 있다. 이는 치우의 시대부터 (고)조선, 삼국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출토된 지역이 일치하고 이곳은 현재의 중국 땅이다.

Q. 명절로 본 삼국

<삼국사기>엔 음력 8월 15일과 9월 9일은 당나라와 일본에 없는 고유 명절이라고 적혀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8월 15일만 성대하게 치르지만 지금까지도 두 날을 성대하게 치르는 곳이 있다. 바로 신라방이 있었다는 지역-이 역시 유·연·제·노~오·월에 속한다-이다.

Q. 유행병 기록으로 본 백제와 신라

11월과 2월 사이 신라 수도에서 유행병이 돌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지역보다 더 남쪽인 신라방인 곳에서 유행병이 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행병은 따뜻해야 발생되기 때문이다. 신라와 백제의 유행병 기록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남부일 가능성은 적다. 다음은 <삼국사기> 신라본기와 백제본기에서 살펴본 전염병 기록이다. 기록을 보면 신라와 백제가 같은 연도에 전염병이 돈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방역이 쉽지 않았던 전염병인데 대한 강역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에 발생했다면 과연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까.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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