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의 기준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말씀이에요”

▲ 민토에 오면 교회 같고, 고향에 온 것 같고, 약수터에 온 것 같은 편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지승룡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스스로를 다방 마담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 목사의 길을 그만두고 카페 마담이 되기를 자청한 이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카페 ‘민들레영토’를 만든 지승룡 대표다.

평일 오후, 지승룡 대표를 만나기 위해 대학로에 있는 민들레영토(민토) 본관을 찾았다. ‘민토’는 기자 또한 대학시절 자주 들렀던 터라 익숙한 곳이지만 바쁜 생활 탓에 대학로에 나와 본 것도 몇 달 만의 일이었다.

오랜만에 민토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카페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다른 카페와는 다른 ‘민토’만의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가 따뜻한 미소와 함께 어머니의 마음으로 고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민토’의 따스함은 그대로였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안내를 받아 2층으로 향했다. 오후 햇살이 창을 통해 살며시 들어오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인터뷰 준비를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삼삼오오, 혹은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곳 민들레영토는 혼자 오기에도, 여럿이 오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목사, 카페 마담이 되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환한 미소와 함께 나직한 목소리가 기자를 반겼다. 지승룡 대표다.

오래 전 한 번 스친 인연을 기억하셨다. 그때보다 더 젊어지신 것 같다는 인사를 건네며 자연스레 지승룡 대표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지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스스로가 ‘다방(카페) 마담’이라고 말하는 그는 원래 목사였다. 그런 그가 목사를 그만두고 카페 마담이 됐으니 사연이 없을 리 만무하다.

“주일날 설교를 하고 나면 교우(敎友)님들이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목사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라며 듣기 좋은 말씀들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듣기 좋은 소리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잖아요. 저는 말씀이 그분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어요. 말씀을 들었다면 삶 속에서 변화되는 모습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지역적인 갈등도 말씀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버리고 낮아지는 삶, 섬기는 삶을 살라는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았으면 그렇게 돼야 하는데 사람들의 삶 속에서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그분들의 삶이 변화되지 않았어요. 거의 똑같았죠. 그때 생각했어요. 교회에서 이러한 틀로 계속 간다면, 변화가 없다면 그분들의 삶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고요.”

입으로 하는 설교가 아니라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설교,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는 설교를 하고 싶었다는 지 대표는 그 즉시 교회를 나와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문화’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 있는 민들레영토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마더경영, 정을 나누다

지 대표가 교회를 떠나 민토를 시작하기까지 3년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그는 도서관을 다니며 3년 동안 20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있듯, 그는 책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 무엇인가에 도전할 힘을 얻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카페를 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한 번은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쫓겨난 일이 있었어요. 카페에 손님이 많을 시간인데 혼자 와서 앉아있는 게 안 좋아보였나 봐요. 길지 않은 시간 그 카페에서 제가 느낀 것은 사람은 고독하다는 거였어요. 외롭지 않아도 혼자있는 순간 고독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 사람도 고독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어요. ‘사람들의 고독을 터치해주고 싶다’고요.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말이죠.”

사람들의 고독을 터치하는 자연스러운 만남. 지 대표에게 그것은 ‘카페’였다. 햇볕, 공기, 길가에 핀 꽃, 택시기사의 친절함, 책을 읽다 우연히 발견한 좋은 글귀 하나가 사람을 되게 기분 좋게 한다고 말하는 그는 카페 경영에 있어 무엇보다도 ‘친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민토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들은 느꼈을 편안함과 푸근함의 원천이 바로 지 대표의 경영철학이었던 것이다.

“사람의 고독을 터치해서 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먼저 말 걸어주는 것이라고 봐요. 카페에 온 분들에게 ‘드시고 더 드세요’라는 말 한마디를 건넬 때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 누군가 나를 챙겨주는 느낌이 들잖아요.”

민토에 오면 교회 같고, 고향에 온 것 같고, 약수터에 온 것 같은 편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그는 ‘마더경영’을 펼치고 있다. 모든 것을 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한다는 의미의 마더경영이 민토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리필이 되는 음료와 빵과 컵라면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민토의 독특한 카페운영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20년을 함께 성장해왔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것이 있다면 ‘문화비’라는 민토 출입비다. 카페에 출입하는데 무슨 비용이 따로 드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다른 카페에서 지불하는 음료수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화비’만 내면 앞서 언급했던 음료수와 빵, 혹은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 눈치 보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앉아있을 수 있으며, 카페 안에 비치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세미나실도 예약만 하면 대관해서 사용할 수 있어 프레젠테이션 등을 이용한 대규모 모임을 가질 수도 있고, 소그룹으로 스터디 할 수 있는 룸도 마련돼 있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야 말로 새로운 카페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 [카페 마담이 된 목사②]편에 계속됩니다.

[백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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