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2000년대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부동산 투자가 아니었을까. 처음에만 해도 보수적인 신문에서조차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이상 현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일명 복부인이라 불리는 부자 주부들의 부동산 투자 열기에 대해 사회적으로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부동산 투자 열풍은 평범한 중산층 서민의 가정경제까지 파고들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더불어 이뤄진 것이 가계부채 상승이다. 더 오르기 전에 내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조급증과 집에 투자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인해 사람들은 너도나도 빚을 내서 집에 투자를 했다. 알고 보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가 빚을 내서 집에 투자하는 돈을 버는 것이다.

결국 자산 소득이란 누군가의 부채비용이 이전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부동산 불패신화를 갖고 있고 조그만 자극에도 부동산 시장은 들썩였다. 시장의 들썩임과 더불어 가계 부채는 계속 증가해왔다.

거기에 저금리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빚을 공짜 돈 혹은 자산 투자를 위해 유효한 종자돈이 되어 빚도 자산이라는 상식까지 생겨버렸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중산층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뤄졌지만 이전보다 더 가난한 일상을 살게 되었다. 소득의 상당부분이 부채이자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자산 소득을 벌 것이라는 믿음은 아직 장부상의 숫자로만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는 주택담보 대출 이자를 내느라 생활비가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상담 중에 만난 어느 고객은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거의 바닥났음에도 여전히 부동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담보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고금리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셈인데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며 부동산 매각을 통한 부채 구조조정을 미루고 있었다. 심지어 팔고나면 다신 내 집을 못 갖게 될 것에 대해서도 두려워 하고 있었다. 결국 차익 실현과 내집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가정 경제가 담보 대출에서 마이너스 통장의 바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매입 당시보다 많이 올랐어도 더한 욕심 때문에 차익실현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내 집이라는 의식까지 더한 상태에서 채무불이행 상태까지 이어질 가계 경제를 그냥 한숨 속에 묻어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자비용 외 다른 지출에 긴장감을 갖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이자로 인한 스트레스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충동지출이 많이 이뤄지고 있었고 가끔씩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뉴스를 접하면 마음이 먼저 부자가 되어 마이너스 가계 현실을 잊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부동산과 관련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은 이처럼 대단히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당연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가질 수 있는 차익 실현은 불가능해 보인다. 알고보면 자산 가치 상승으로 공짜로 보이는 부채는 언제 어느 때에 가정 경제를 덮칠 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이자가 낮기 때문에 괜찮다고 위로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지난해 한 차례 글로벌 경제 위기감 증폭으로 국내 금융회사들도 앞다퉈 금리를 올린 바 있다. 최근에도 슬금슬금 금리가 오르고 있다. 갑작스럽게 금리가 치솟을 경우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

빚은 절대 자산이 아니다. 옛말에 빚은 소도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전통적으로 소는 농경사회 재산의 전부로 상징되어진 것이다. 결국 빚은 전 재산을 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도의 금융기법이 난무하는 현실이지만 이미 한국사회 중산층 삶은 빚이 삶을 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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