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

돈은 힘이 세다. 오죽하면 ‘돈만 있으면 귀신(두억신)도 부릴 수 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사귄다’ ‘돈이 있으면 개도 멍첨지(천한 사람도 돈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귀히 대접받을 수 있다는 말)’ ‘돈을 주면 뱃속의 아이도 기어나온다’ ‘돈은 위장과 가슴의 약이다(프랑스 속담)’ 등의 말이 있을까.

“돈이 뭐예요?”
“돈?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지. 사랑, 명예, 폭력, 분노, 증오, 질투, 복수…”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이다. 돈은 감정까지 관여한다. 여기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고 보면 돈이 주는 영향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직접적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목적 달성을 위해서 돈은 늘 필요하다.

이 와중에 고려시대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대부분 이러한 사람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은 부족하게 산다. 부족하게 사는 법이야말로 과소비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생활법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돈의 시초는 조개(신석기시대)다. 그래서 돈·재물과 관련된 한자를 보면 조개를 상징하는 ‘貝(조개 패)’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조개더미가 많이 쌓인 곳이 부자라는 이야기도 있다.

조개 이후에는 쌀과 베가 그 역할을 했다. 그리고 구리, 은, 금 등 누구나 값어치를 인정하는 금속으로 금속화폐를 통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돈과 관련된 한자엔 貝 외에도 금속을 뜻하는 ‘金(쇠 금)’이 들어있다.

고조선 법 가운데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소유주의 집에 잡혀 들어가 노예가 됨이 원칙이나, 배상하려는 자는 50만 전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문으로 보아 이미 고조선시대에 돈이 유통됐음을 알 수 있다. 바로 기원전 957년 철로 만든 ‘자모전’ 이야기다.

현재 실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금속화폐는 고려 때인 996년에 주조된 ‘건원중보’다. 이 역시 철로 만든 전이다. 또한 고려왕조 때 만들어진 지폐 ‘저화’가 있었으나 쓰임새는 적었다고 한다. 조선사회에서는 상업을 천하게 여겼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야 상업이 발달되면서 돈, ‘상평통보’가 널리 쓰이게 됐다. 제대로 화폐 경제가 이뤄진 것은 300년도 채 안 되는 일이다.

▲ 드라마 쩐의 전쟁

삶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돈이건만…. 영화 <피에타>의 대화처럼 과연 돈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일까. 돈에 얽매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누리려면 성현들은 물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한다. 정말 도통하지 않고서는 일반인에게 어려운 주문이다. 그래도 실천하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자세히 관찰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돈 버는 건 참으로 어렵다. ‘땅 열 길 파면 돈 한 푼 생기나’라는 속담처럼 말이다. 그래도 땀 흘려 번 돈이 값어치 있게 쓰이는 듯하다. 하지만 뉴스 속에 나오는 이들은 돈을 쉽게 벌기 위해 범법을 저지른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신체와 성(性), 영혼과 생명에 값을 매긴다.

사람이 돈을 만들었는데 돈의 노예로 전락하는 존재도 사람이다. 정말이지 주객이 전도된 현실이다. 돈을 부릴 줄 알아야지 돈에게 휘둘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돈에 대한 상투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인생의 주인은 ‘나’인가 ‘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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