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를 타는 산 ‘비슬산(琵瑟山)’

▲ 풍산 ⓒ천지일보(뉴스천지)

청도 곳곳에는 해학적인 산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비슬산을 뿌리로 두고 동편에 자리한 ‘풍산(노인봉, 장군봉)’의 모습이 제일 청도와 어울려 흥을 돋운다.

풍산은 풍수지리적으로는 ‘동쪽’ ‘바람’을 상징하는 이름을 지닌 산이다. 이 산을 동쪽이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산은 바로 비슬산이다. 즉 비슬산 없이는 의미가 없다 할 정도로 이름에서부터 비슬산과 밀접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 모양새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다. 사연은 이렇다.

전쟁에 출격했다가 비슬산의 정기를 받아 승리를 거둔 장군이 주변 오밀조밀한 산들과 마을들을 모아두고 축하 연회를 베풀다, 그만 흥에 겨워 잔치 자리에서 소맷자락을 출렁이며 춤을 추고 있다는 얘기다.

그냥 들으니 우습지만 설명을 듣고 지형을 바라보니 영락없이 잔치자리에서 신이 난 장군의 춤사위가 눈에 들어온다. 풍산의 왼쪽 어깨를 따라 이어지는 산맥이 ‘출렁출렁’ 거리며 흐르니 영락없이 춤추는 장군의 소맷자락을 닮았다.

▲ 정전탑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소맷자락을 따라 풍각면 성곡리, 현리리 등의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흥에 겨운 장군의 춤사위를 감상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이 소매가 끝나는 자리에는 전쟁이 끝났음을 알리는 ‘정전탑’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이 풍수의 이야기가 진실인 듯 말이다.

이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서 악한 무리와 싸워 전쟁을 ‘승리’로 이끌 장군과 같은 ‘성인’의 탄생을 예비하고 미리 세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청도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정전탑은 1970년경부터는 풍각초등학교 교문 좌측 세종대왕상 뒤편에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7년 10월 30일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원래 정전탑이 있었다는 바로 길 건너편 풍각초등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왼편 커다란 벚나무와 아담한 교정이 한눈에 쏙 담긴다. 여느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의 풍경이다. 하지만 역시 비슬산이 품은 고장임이 느껴지는 문구가 눈에 띈다.

‘새로운 생각과 참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자!’ 바른 정신과 마음을 지닌 ‘성인’을 길러 내고 싶은 바람은 정성천왕의 바람만이 아닌, 청도군민 모두의 소망이었나 보다. 모두의 발원(發願)이 이러하니 조만간 정성천왕의 바람이자 비슬산의 약속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아닌지, 내심 기대가 된다.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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