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의 삶] 7대째 가업 이어온 얼레빗 장인, 한민족의 두발문화를 말하다 (4)
[명인의 삶] 7대째 가업 이어온 얼레빗 장인, 한민족의 두발문화를 말하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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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제42호 목소장 치산(治山) 이상근 명인

▲ 얼레빗 종류

◆한민족 머리 손질에만 기능성 빗 10종

“빗은 원래 유물로 남지 않았어. 옛날에는 빗하고 거울은 혼인의 증표였기에 돌아가실 때 부장품으로 반드시 넣어줬거든. 구천에서 떠돌지 말고 좋은 데 가시라는 의미에서지. 왜 꿈에 돌아가신 분이 나올 때 옷은 어떻게 입었든 간에 머리가 단정하면 좋은 데 갔다고 생각하고, 머리가 헝클어지게 나오면 구천을 떠돈다고 생각하잖아. 그래서 노잣돈은 안 넣더라도 빗은 꼭 넣었었지.”

뿐만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머리를 단정하게 빗지 않고 산발한 사람을 보면 곧잘 ‘귀신같다’고 말한다. 이에 이 명인은 “모르긴 몰라도 우리 한민족이 머리를 단정하게 빗는 대표적인 민족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상에 머리를 손질하는 데 기능성 빗 10종을 쓰는 민족은 우리 민족밖에 없어. 빗이야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그 모양을 수도 없이 만들 수 있지. 그런데 우리 민족이 가진 이 ‘기능성’ 빗은 그 기능이 빗의 고유명사로 붙어있다는 게 놀랍다는 거지.”

이 명인에 따르면 얼레빗만 해도 그 종류가 용도에 따라 6가지나 된다. 여기에 참빗 종류 4개(대소大櫛, 중소中櫛, 어중소於中櫛, 밀소密櫛)가 더해져 빗 종류만 10개가 된다는 것이다. 얼레빗과 참빗은 같은 빗이라도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가 다르다. 보통 대나무로 참빗을 만든다면, 얼레빗은 대나무를 제외한 목재를 주로 사용한다. 또한 참빗은 대나무를 쪼개 실로 감아 그 간격을 만든다면, 얼레빗은 톱으로 켜서 빗살 간격을 조절한다.

그렇게 톱으로 켜서 만든 ‘얼레빗’은 그 용도에 따라 반달빗, 가리마빗, 면빗, 상투빗, 음양소, 살쩍밀이로 나뉜다. 머리 모양에 따라, 용도에 따라 빗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 이상근 명인이 얼레빗을 만들때 사용하는 공구. 공구마다 그의 땀과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근 큰 빗을 말하는 것으로 긴머리를 빗질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한다. 재료는 주로 나무로 만든 것이 많은데 제주도의 해송으로 만든 빗은 질병과 흉액 등 귀신을 쫓는다고 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얼레빗 중 고급은 대모(玳瑁, 바다거북)로 만든 것이 있으며 삼국시대, 고려시대에는 대모, 상아(象牙), 뿔, 은 등으로 만들어 장식으로 머리에 꽂기도 했다. 또한 나전, 은상감, 조각, 화각 등으로 무늬를 놓아 장식성을 높였다고 한다.

“옛날이야 머리모양이 지금하고 달랐으니 가리마빗이 필요하고 살쩍밀이가 필요하고 그랬지. 근데 지금은 별로 필요가 없잖아? 그래서 외형은 옛날 것을 유지하되 기호적으로 공예품적인 요소를 더 넣는 거야. 반달빗은 유지하되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빗을 만드는 거지. 그래야 전통도 이어갈 수 있고, 사람들도 찾게 되는 거지. 게다가 빗질을 많이 하면 건강에도 좋아. 근데 플라스틱 빗은 정전기가 많이 일어나. 웬만하면 나무로 된 빗을 사용하는 게 좋지 ”

시종일관 열정적으로 얼레빗과 두발문화에 얽힌 우리네 이야기를 들려주던 목소장 이상근 명인. 얼레빗을 향한 사랑과 열정, 믿음으로 외길인생을 묵묵히 걷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백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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