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차귀 사무총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박차귀 부산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3.1운동은 종교계(천도교‧개신교‧불교)가 앞장서서 벌인 독립운동이다. 이 운동은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종교 간의 교리, 이해득실을 떠나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된 근대사의 종교평화연합운동 기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3.1운동이 끝난 후에도 부산에서는 종교평화연합운동이 이어졌다. 이 사실은 부산종교인평화회의 박차귀 사무총장이 그의 할아버지 박찬표 선생의 일기장을 통해 알게 됐다. 박찬표 선생은 독실한 천도교인으로 3.1운동에도 참가했으며 부산 지역 천도교 발전은 물론 활발한 종교평화연합운동을 펼쳤다. 박차귀 사무총장은 자신이 신명 나게 종교평화연합운동을 하는 이유가 할아버지의 피가 내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천도교 부산교구에서 박 사무총장을 만나 그의 신앙이야기를 들어봤다.

― 천도교는 언제부터 다녔으며 신앙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람은.
모태신앙이고 집안은 5대째 천도교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친정 할아버지께서 85년 전 처음으로 부산에 천도교의 씨앗을 뿌려 천도교 부산시교구를 창설했다. 그분은 부잣집 아들로서 신학문을 공부한 선각자였고 천도교 발전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렸으며 3.1운동에 참가했다. 할아버지가 쓴 일기를 보면 그의 행적을 알 수 있는데 3.1운동 이후 부산의 종교연합운동을 주도했다. 또 ‘홍익유치원’을 세워 어린이들에게도 애국정신을 심어줬다. 나도 그 유치원에 다녔다. 따라서 내가 천도교인이 된 것은 숙명적이다.

― 천도교의 핵심 교리는 무엇이며 천도교 가르침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은.
핵심 교리는 시천주(侍天主) 사상이다. 즉 한울님이라는 절대의 신은 다른 어느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뜻이다. 가슴에 가장 와 닿는 가르침은 수운대신사(최제우)의 “타인세과(他人細過)를 물론아심(勿論我心)하고 아심소혜(我心小慧)를 이시어인(以施於人)하라”이다. 즉 남의 적은 허물을 내 마음에 논란하지 말고, 나의 적은 지혜를 사람에게 베풀라는 것이다.

― 천도교는 어떤 종교이며 우리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했나.
후천개벽의 새로운 차원의 시대를 맞아, 인류의 가장 큰 숙원인 진정한 평등과 자유가 넘쳐나는, 오직 인간만이 아닌 인간과 자연, 나아가 인간‧자연‧신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우주공동체의 삶’, 즉 지상천국 건설을 지향하는 종교라고 할 수가 있다. 천도교는 갑오동학혁명, 갑진개화운동, 3‧독립운동, 신문화운동 등 한국 근대사 속에서 민중‧민족‧문화 운동을 펼쳤다.

― 천도교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과 인류와 국가, 민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천도교가 하나가 되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시천주(侍天主)의 근본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나아가 나라를 보위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보국안민의 정신을 함양하고 이 세상을 지상천국으로 만들기 위한 사인여천(事人如天)을 몸소 체행하는 일이다. 아울러 전문교역자를 양성해 시대에 맞는 포덕을 펼쳐야 한다.

▲  박차귀 사무총장이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여성회 ‘2012 민족종교 여성 민족문화연수’에 참가해 여성회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제공: 한국민족종교협의회)

―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민족종교협의회 등 종교 간 평화 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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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3월에 ‘부산 KCRP’가 탄생했고 이듬해 여성분과위원회를 조직해 초대 여성위원장을 맡아 8년간 봉직하고 감사를 거쳐 사무총장을 맡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05년 5월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이 여성회의 중요성을 강조해 여성회를 창단, 초대회장에 선출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100년 전 종교연합운동을 한 할아버지의 피가 내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하다 보면 때론 지치고 힘들고 좌절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스승과 조상이 힘과 용기를 주고 보살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종교 간 평화와 상생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름이 아름답다’는 마음으로 종교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면 평화가 되고 위하고 위하는 마음 위위심(爲爲心)은 곧 스스로 이로운 마음자리 자리심(自利心)이 생기며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심(利他心)이 저절로 생긴다. 자리타심(自利他心)이 되면 상생이 된다. 또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듣거나 자기 생각과 편견으로 상대의 종교를 평가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종교 간 상생과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종교가 소중한 것을 알려면 남의 종교를 접해보아야 한다. 그래야 내 종교의 우수성과 자부심, 긍지를 가질 수 있다. 자신이 없는 종교일수록 폐쇄적이고 개방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교 간 교류는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내 종교의 우월감과 이익을 앞세우는 교류는 지양해야 한다.

― 종교지도자가 갖출 덕목은.
도덕성이 우선이다. 즉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 도리를 지켜야 한다. 또한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인격, 인간성이 겸비된 덕성이 갖춰지고 존중과 아낌을 받으며 살아가는 뒷모습이 깨끗해야 한다. 이런 지도자가 많이 나오면 이 사회도 그만큼 살기 좋은 세상, 함께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 천도교 동덕(교인)과 새 집행부에 하고 싶은 말은.
천도교의 침체가 시운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우리 자신의 노력과 능력 부족에도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 다 같이 힘을 모으자’는 마음 가지면 예전의 영화를 누릴 것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마음과 스승의 말씀 실천한다면 천도교는 발전할 것이다. 새 집행부는 교단의 대통합과 대화합을 최우선적인 과제라 생각하고 동덕의 힘을 모으는 데 주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덕들도 새 집행부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

― 개인적 포부와 바람이 있다면.
욕심내지 않고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한다는 생각뿐이다. 간절한 바람은 천도교의 시천주‧인내천‧사인여천의 진리가 하루속히 온누리에 퍼져서 포덕천하 보국안민 광제창생 지상천국이 건설되고,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하루속히 오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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