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방지 효과… 한강대교도 설치예정

▲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다리’ 조형물.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밥은 먹었어? 세월 참 빠르다. 무슨 고민 있어?”

코끝을 찡하게 만들 만큼 차가운 강바람과 바퀴 소리만 ‘쌩쌩’ 나는 마포대교가 매일 밤 ‘힐링’이라는 마법을 부리며 교각 보행자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마포대교 마법의 정체는 바로 ‘생명의 다리’ 설치물이다. 보행자의 걸음에 따라 불이 켜지고 ‘밥은 먹었어? 무슨 고민 있어?’라는 문구로 넌지시 말을 건네는 ‘생명의 다리’가 가시적 효과를 인정받아 오는 6월 말 한강대교에도 설치된다.

‘생명의 다리’는 교각에서 투신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이키고자 만든 설치물로 지난해 9월 26일 조성됐다.

세계 최초로 교각 보행자에게 말을 거는 스토리텔링 설치물로 단순 LED 센서 조명 외에도 쉼터 공간과 자살방지를 위한 ‘SOS 생명의 전화기’ 등이 마련돼 있다.

‘생명의 다리’는 현재까지 자살시도자 외에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정을 안겨주는 ‘힐링’ 장소로 평가를 받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8년 연속에 오른 대한민국.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07~2011년까지 한강 교량에서 발생한 투신사고는 933건으로 마포대교에서 108건, 한강대교에서 72건이 발생돼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에 서울시와 삼성생명은 ‘자살대교’라는 불명예를 얻은 마포대교에 1차로 ‘생명의 다리’를 설치했고 오는 6월 2차로 한강대교에 설치한다.

‘생명의 다리’ 조성을 늘리는 이유는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자살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지난해 ‘SOS생명의 전화기’가 설치된 마포대교, 한남대교 등 한강다리 5곳에서 자살생각을 버리고 삶의 터전으로 돌아간 사람이 163명이나 됐다고 밝혔다.

특히 총 상담전화의 72%(118건)가 ‘생명의 다리’가 설치된 마포대교에서 걸려왔다.

‘생명의 다리’에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비밀 있어요? 꾹꾹 담아온 얘기. 가슴 아파서 혹은 창피해서 누구한테도 하지 못한 얘기. 시원하게 한번 해봐요. 지금 한번 해봐요. 여기 옆에 전화기 있잖아요. 당신 얘기를 들어줄 거예요”라는 문구로 ‘SOS 생명의 전화기’쪽으로 종용한다. 전화기는 교각 중간에 두 대가 설치돼 있다.

이 외에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를 통해 자살 생각을 접었다는 멘션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 도시안전실 도로시설과 한강교량팀 관계자는 “‘생명의 다리’ 조형물이 설치된 지 아직 1년이 안 돼 정확한 수치를 낼 순 없지만 SNS나 여론 등지에서 자살예방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와 삼성생명은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의 가시적 효과를 토대로 한강대교에 약 10억 원을 투자해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한강대교 ‘생명의 다리’ 설치 관련 자세한 내용은 오는 23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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