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을 그리는 한국화가 김학곤

꿈에도 그리운 곳. 나의 태(胎)를 묻은 그곳. 바로 고향이다. 회귀본능이라고 하던가. 인생의 가장 힘든 때,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에 찾게 된다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고향. 여기 고향이 그리워도 돌아갈 수 없는 애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붓을 든 이가 있으니 바로 한국화가 김학곤이다.

▲ 김학곤 작가
“굳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입니다.”

자연과 벗삼은 화가. 고향이 그리워 고향마을을 마음에 담고, 화폭에 담는 한국화가 김학곤의 말이다.

화가 김학곤의 그림을 보면 편안하다. 우리가 한 번쯤은 보았을 고향의 풍경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자연의 사계(四季)가 함께한다.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견줄만한 다른 무언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학곤 작가는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고향을 그림으로나마 남기고 싶어 고향 산천을 수없이 다녔다. 비가 오던 날에도, 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날에도 고향을 화폭에 담아내는 일을 쉴 수 없었다. 그의 고향은 용담다목적댐 담수로 인해 수몰된 진안군 소재 68개 마을 중 하나다.

그리운 고향을 그리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항상 고향을 생각한다는 김학곤 작가. 그는 사람들에게 고향이 없다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고향’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온을 주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유독 고향의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자연과 맞닿은 고향마을. 그의 작품이 따뜻하고 온화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은 그런 것 같아요. 항상 거기에 있죠. 나무의 푸르름, 풍성한 잎. 때로는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마저도 우리에게 주는 힘은 상당히 크다고 봐요. 우리의 피로를 덜어주고, 지친 몸이 쉴 곳을 주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주는 힐링이라고 해야 할까요?”

작가에게 자연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며,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작가에게 고향과 자연은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자연이라고 하는 것은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 아닐까요? 어머니가 항상 그 자리에 계신 것처럼 말이에요. 자식은 도망가도 어머니는 그렇지 않아요. 제게 자연이 그렇고, 또 고향이 그런 곳이에요.”

어느 누가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고 그리워하지 않는 이가 있으리. 이처럼 고향은 아련한 기억 한 조각만 떠올라도 애잔하고 그리워지는 곳이 아닌가 한다. 고향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던 김학곤 작가. 그런 그에게 아픔이 있으니 바로 찾아갈 고향이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 고향마을은 오래 전에 물에 잠겼어요.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이 제가 태어나 자란 곳이죠. 이제 고향이 그립다고 찾아갈 수도 없어요.”

그의 고향마을이 수몰된 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는 고향의 풍경을 잊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고향마을을 화폭에 담았다. 고향이었기에 더욱 애절했고, 삶의 희로애락이 거기 있었기에 더욱 애달팠다. 그의 그림에 감동이 있고, 향수가 느껴지는 이유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고향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어요. 내 고향이 사라지는데…. 근 20년 가까이 고향을 화폭에 담아내는 데 몰두했어요. 그 결과 고향의 풍경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죠. ‘그림’으로 뭔가를 제대로 했다고 느꼈을 때는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 안천면 삼락리 승금마을

▶ (下)편에 계속됩니다.

[백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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