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논설위원, 시인)

 
‘정년 60세 연장법’이 통과됨에 따라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들은 “대기업과 공무원만 좋아졌다”는 말을 한다. 일반직 공무원은 개별법에서 정년이 60세로 보장돼 있건만 그런 소리를 하다니 이상하게 들린다. 그들의 말은, 2016년 또는 2017년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게 되면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로 보수가 줄어들 게 마련인데 공무원은 임금이 깎일 걱정이 없다는 푸념에서다. 개정법에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임금피크제 등 사전에 보수 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하건만 그 문제는 사업장의 자율적인 조정에 맡기고 있으니 갈등의 불씨를 남겨둔 셈이다.

임금 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은 경쟁력에서 타격을 입게 됨이 뻔하다. 그러니 시중 여론은 무풍지대인 공무원사회를 고운 눈으로 볼 리가 없는데, 매년 정부 돈에서 부족분을 메꾸고 있는 공무원연금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그 단초는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고, 일반기업이나 개인회사 등에 입사를 해도 근무 환경과 봉급이 취약해 장기적으로 매력을 가지지 못하는 터라, 한번 취직되면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공무원사회에 대해 사시(斜視)로 보는 경향 때문이다.

며칠 전, 모 일간신문의 ‘장관 410만원, 이사 140만원’이라는 보도에 국민 불신이 깊다. 내용인즉, 개인회사에 다니던 이사가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계속 최고액을 납부했는데 61세부터 받는 국민연금이 140만 원이란다. 이에 비해 32개월 재임한 전직 장관은 매달 410만 원 안팎의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다고 하면서, “공무원연금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는’ 구조 때문에 기금 고갈 상태에 빠져있어 손 봐야 한다는 글이었다.

드러난 내용만 보면 맞다. 그러나 장관과 사기업 이사의 근무 기간이나 퇴직금 등 본질적인 내용을 간과한 이 기사를 보고 국민이 왜곡할 소지가 크다. 현행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20년 이상 공직에 근무해야 지급대상이 되는데, 공직 경력 없이 장관직만 32개월 했다면 퇴직일시금조로 3천만 원 정도 받을 뿐이지 공무원연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 기사에서는 장관이 직업공무원으로서 장기 근무한 공직기간을 빼고서 ‘32개월 장관’의 연금이 마치 410만 원 되는 양 보도됐으니 전후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국민은 공무원연금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물론 현직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보수도 마찬가지고, 퇴직자에게도 국민의 세금이 흘러들어가니 그럴 만하다.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제하에서는 사기 진작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이 충분히 스스로 대비할 수 없는 노령·질병·부상 또는 사망 등에 대하여 상실된 소득을 보충함으로써 공무원이나 그 가족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제도로서 각 나라마다 다 있는 제도인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국가로부터 공짜로 받는 돈이 아니라 직업공무원으로서 역할을 마치게 되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거치된 보수(deferred pay)로서 일종의 공무원의 권리에 속한다. 영국이나 독일은 공무원의 부담 없이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비기여제(非寄與制)를 실시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금 지급에 충당할 재원을 정부와 공무원이 50%씩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연금제도는 국가정책의 산물이기도 한데, 그 배경 등을 간과한 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느니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폐(語弊)가 따른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이 현재 공직에 근무하고 있는 재직자가 은퇴한 수급자를 부양하는 세대 간 부양방법이기는 하나, 정부에서 보전해야 할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현재 공무원연금기금회계는 6조 1000억 정도인데, 2010년 1조 3000억, 2011년 1조 3500억, 2012년 1조 7000억으로 매년 정부 지출이 커져 가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2011년 연금법을 개정해 대처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여 이는 ‘적자 보전’ 개념이 아니라 응당 국가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은퇴한 공직자에 대한 반대급부라 할 것이다. 이것이 국민연금과는 다른 점이다.

그러함에도 국민의 눈에는 공무원이 철밥통으로 비쳐지거나 복지안동(伏地眼動)한다는 둥 불신감이 큰데, 이는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보이는 태도나 행동이 마뜩하지 않기 때문이다. 100만 명에 가까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직자들이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성실한 일꾼’임을 인정받고, 임금을 더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게 국민적 인식이라면 보수뿐만 아니라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공무원연금에 대해 오해는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아니다보니 정부가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부담하는 게 당연함에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 보수는 사회 전반의 임금 수준에 비해 박봉은 아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정년이 연장되면 임금 감소로 이어지는바 공무원사회만 무풍지대라면 국민의 눈에 좋게 비칠 리 없다.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만큼 임금피크제를 솔선수범하는 등 공직자도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로 보수가 일정액 줄어들면 퇴직 시 보수액을 기준하는 공무원연금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를 통해 공무원의 자발적인 수급 조정을 이룰 수 있고, 철밥통이라는 공직사회의 불명예를 불식시키고 고정 틀을 깨트릴 수 있는 하나의 묘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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