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은 한국한복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겨비는 지난 2008년 중소기업청이 실시하는 공동브랜드 사업에 응모해서 지원받아 한복조합이 중심이 돼 조합사 소속 5개 업체가 모여 만들어 낸 브랜드다. (사진제공: 겨비)

◆겨비, 한복과 양장의 절묘한 조화

겨비는 지난 2008년 중소기업청이 실시하는 공동브랜드 사업에 응모해서 지원받아 한복조합이 중심이 돼 조합사 소속 5개 업체가 모여 만들어 낸 브랜드다.

“한복 사업이 많이 위축돼 있는 가운데, 전통한복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대적 요구에 따라 한복과 양장을 조합해 새로운 느낌의 옷을 만들어 한복 매장 내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렇다보니 겨비를 개량한복 수준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게 한복이냐? 양장이냐?’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생겼다.

원 이사장은 “개량한다는 건 나쁜 것을 고친다는 거잖아요. 한복은 그런 옷이 아니에요. 전통 옷은 더 전통답게 지켜내야 하며, 현대복은 현대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겨비는 한복의 개량본이 아니라, 양장에 한복의 색감, 한복의 선의 느낌 등 한국적인 멋을 더한 패션의류”라고 답했다.

한복과 양장을 섞다 보니 겨비 제품을 디자인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에 겨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업체들은 자칫 잘못하면 양장도 한복도 아닌 옷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심혈을 기울여 제품을 디자인한다.

“한복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색’이라고 말해요. 한복은 항상 보색대비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구려벽화’를 봤을 때도 상하 2색을 입는 데서도 나타나거든요. 겨비에도 이런 고도의 색 문화를 적용시켜 한국의 미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했어요.”

이어 원 이사장은 “또 한복의 끈의 미, 겉감과 안감의 색을 달리하는 등의 한국적 정서를 그대로 갖고 가면서도 그때 그때의 패션에 절대 뒤지지 않을 수 있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겨비를 운영하는 데 더 큰 장애물은 바로 재정적인 부분이다. 한복 업체들의 힘만으로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홍보하는 데 역부족이다.

“공동브랜드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째예요. 그런데 하면 할 수록 조금은 맥이 빠질 때가 많아요. 이제 제품을 만들 소스와 원천기술은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고,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국가의 도움 없이 열악한 한복업계의 자금력으로는 현 상황을 헤쳐 나가기가 참 힘든 게 현실이에요.”

그러나 원혜은 이사장이 처음 겨비를 시작할 때 포부는 남달랐다.

“대만의 패션전통옷 브랜드인 ‘상하이탕’이나 일본 기모노를 바탕으로 한 패션브랜드 ‘이세이미야케’처럼 겨비 옷도 한복의 미를 현대적 느낌의 양장에 접목해 세계인이 입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 한복이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또 세계에 나가서 그런 가능성도 확인했죠.”

몇 년 전 미국 워싱턴에서 보석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겨비 옷을 입고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파티에 모인 유명 영화배우 등이 겨비 옷을 보며 극찬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원 이사장은 “그 분이 파티에 다녀와서 ‘옷을 정말 값지게 입었다’고 전화를 주셨어요. 그날 파티에 온 사람 중에서 단연 돋보일 수 있었고, 사람들이 겨비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작은 행복들 때문에 어렵지만 사명감을 갖고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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