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좁은 골에도 우리네 삶이 있다 (1)
[합천] 좁은 골에도 우리네 삶이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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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얕보지 말라
곳곳에 솟은 산과 산 사이의 좁은 계곡. 陜川(합천)이 주는 의미와 땅 모양새가 꼭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면적이 좁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래봬도 경남에서 가장 넓고 서울보다 1.6배 큰 합천(983.47㎢)이다. 어디 면적만 클쏘냐. 해인사와 더불어 영암사터 등을 보아 통일신라시대의 합천은 경주와 함께 잘 나가던 고장이었던 게 틀림없다. 천 년 전의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한 합천으로 떠났다.

 

 

▲ 모산재 돛바위(사진=최성애 기자)

세 번째였다. 싱그러운 초록이 지천으로 깔리는 오뉴월 가야산을 오르기 위해 지난해에만 두 번이나 방문했다. 당시 만물상 코스와 해인사 코스를 각각 오르면서 몸은 힘들었지만 눈과 마음은 황송했다. 자연이 이토록 위엄스러웠던가. 게다가 들른 식당마다 찬(餐)이 글쓴이의 입에 꼭 맞아 합천에 대한 인상은 좋기만 했다. 한 고장을 기억에 담는 경험은 생애 처음이었다. 그리고 10개월 뒤 아주 이른 봄에 찾은 합천이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모산재와 영암사지, 묵와고가를 찾았다.

고개를 얕보지 말라

‘재’에 단순히 고개라고 생각한 게 실수였다. 요즘은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교통수단이 발달한 터라 걸을 일이 어디 있을까. 그저 글로 고개를 넘고 산을 타는 게 다반사이니 ‘재’에 관해 생각이 없었다. 다만, ‘가야산보단 수월하겠구나’라는 안심뿐이었다. 그러나 가야산만큼 여정이 험난하다.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모산재. 합천에서도 가회면 둔내리에 있는 고개다. 모산재에 오르기 전 영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찰 터를 볼 수 있는데 무려 1000년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다고.

영암사지를 뒤로하고 새로 지어진 절 근처에 나 있는 길 따라 고개를 넘기로 했다. 사실 산 아래서 쳐다본 고개의 첫인상은 평범한 바위산일뿐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한 걸음씩 발을 떼면서 숱한 이야기가 묻힌, 그래서 흥미로운 고개임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이름 짓기를 좋아하는 국민이 어디 있을지 싶다. 바위마다 애칭이 있고, 오죽하면 세상 모든 만물을 닮았다 하여 바위가 많이 모인 곳을 ‘만물상(萬物相)’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또한 넘어갈 때 헐떡거린다고 하여 전국 대부분의 고개를 ‘헐떡고개’ ‘꼴딱고개’라고 부르지 않는가.

모산재는 생김새로 보아선 산으로 보인다. 해인사 가야산에서 비롯한 산줄기가 황매산을 지나 거침없이 뻗다가 해발 767m의 바위 봉우리로 솟았다. 그래서 산이 아닌 고개라는 작위를 받은 듯하다. 높지 않지만 소나무 숲 뒤로 하늘을 향해 치솟은 바위들이 가히 위압적이고 신령스럽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모산재를 ‘영암산’ 혹은 ‘잣골듬’이라고도 부른단다. 산이 될 뻔했으나 봉이 아닌 재에 머물렀으나 그 여느 산보다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다. 정말 6㎞밖에 되지 않지만 말이다.

▶ (2)편에 계속됩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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