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천 시인

▲ 윤소천 시인
정부미자루 노란 나일론 줄에
질끈 목이 묶여 날아온 택배

반갑기는커녕 코를 틀어막고
괄시를 했던
어머니가 보내신 메주

누가 볼세라
냉동실 맨 아래 칸 모퉁이에 밀어 넣고

냄새나는 그 무엇인가를 처리하듯
손을 털며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리라
팽개치길 몇 해

어쩌다 얼음 창고 뒤지는 날에는
바싹 말라 싸맨 얼굴 볼 때마다
죄책감에 도리질을 했다.

어느 날
친구가 담갔다며 된장을 받고는
어머니 메주가 생각나 냉동고를 열어보니

메주 속에 어머니 사랑이
얼음 꽃으로 피어 두 눈가로 흐르고

어머니가 그리워 하도 그리워
언 메주 끌어안고 가슴으로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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