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라언덕②] 이국땅서 혼신 다했던 외국 선교사들의 숨결 느껴져
[대구 청라언덕②] 이국땅서 혼신 다했던 외국 선교사들의 숨결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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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챔니스 주택(대구 유형 문화재 제25호)은 드라마 ‘각시탈’에서 이강토 역을 맡은 배우 주원과 기무라 슌지 역을 맡은 배우 박기웅이 먼지를 날리며 칼싸움을 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블레어 주택
교육·역사박물관으로 꾸며져
한일월드컵 등 기념품도 전시

챔니스 주택
다양한 동서양 의료기기 전시
‘각시탈’ 촬영 장소로도 유명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던 4월 대구는 완연한 봄을 맞이했다. 어렸을 적 해질녘까지 뛰어다니던 푸른 언덕. 이곳 청라언덕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유년시절을 보냈으리라.

차 다니는 소리, 사람들의 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바람이 나뭇잎을 어루만지는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릴뿐이었다. 청라언덕은 선교사 주택 3채를 비롯해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 등 대구 근대의 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또 ‘3.1운동길’과 인접해 있어 당시 “대한 독립만세!”를 외쳤던 우리 민족의 애국심을 가슴 깊이 되새겨 볼 수 있는 역사의 길이다.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블레어 주택
블레어(Blair) 목사가 거주했던 블레어 주택(대구 유형 문화재 제26호)은 방문객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동산 가장 남쪽에 자리 잡은 블레어 주택 오른쪽 앞에 있는 크고 작은 장독대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 태어난 요즘 아이들은 책을 통해서 봤을 장독대 옆으로 뻗은 벚나무가 팔을 벌려 그늘을 만들어 준다.

붉은 벽돌로 된 이층집 대문 위에 시원시원하게 나 있는 창문이 눈에 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테라스 같은 공간이 있다. 햇살 가득한 이곳엔 지게나 탈곡기, 절구 등 옛 농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블레어 주택은 미국의 전통주택 형태를 살펴보기에 좋은 건물이다. 약간 긴 네모형태의 이 건물은 1층 서쪽에서 현관으로 베란다까지 이어지며 현관 맞은편에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집의 중심부에는 거실과 응접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좌우에 침실‧부엌‧식당 등이 배치돼 있다. 2층에는 계단을 중심으로 침실 3곳과 욕실이 있다.

블레어 주택은 조선 시대 이후부터 1~6차 교육과정까지 각 시대별 교육서적과 교과서, 서당, 교실 등을 볼 수 있는 교육‧역사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외치던 서당의 모습이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다.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부르던 시절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네모난 책가방을 들고 나무로 된 걸상에 앉아 본다.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풍금을 조심스럽게 밟으면서 건반을 누르니 ‘웅웅’ 울리는 정겨운 소리가 났다.

2층은 3.1운동 역사관이다. 1919년 3월 1일 일어난 독립만세운동 당시 들고 뛰었던 태극기와 입었던 옷이 전시돼 있다. 우리 조상들은 목숨을 걸고 저 태극기를 들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블레어 주택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에 관한 기념품이 당시 뜨거운 응원열기를 떠오르게 한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목련꽃 핀 주택에선 대구시가지 보여
블레어 주택에서 나와 돌길을 걷다 보면 대구 제일교회를 맞은편에 있는 챔니스 주택(대구 유형 문화재 제25호)이 나온다. 챔니스(O. vaughan Chamness) 목사가 살았던 주택 옆으로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빨간 벽돌로 지은 2층 건물인 이 주택에선 대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미국 영화에서나 볼법한 검은색 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계단이 보인다. 직사각형 구조인 주택은 1층 가운데 홀을 중심으로 거실과 서재, 식당, 부엌이 있다.

이곳엔 조선 시대 수술도구와 금바늘, 마취기, 야전용 수술광원안경, 정형외과기구 등 1800~1900년대에 쓰인 동서양의 의료기기 등이 전시돼 있어 의학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다.

2층엔 남쪽과 서쪽에 침실이 있는데 이 주택에서 가장 최근까지 살던 마펫(Howaed F. Moffett) 병원장의 생활공간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정원이 장관이다. 은은한 햇빛이 창으로 들어와 다과를 나눌 수 있는 식탁에 꽂힌다. 엔틱한 가구들과 햇빛이 만나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 주택에선 1911년 계성학교 2대 교장인 레이너와 샤워택 선교사를 비롯해 1948년부터 1993년까지 동산병원(현 동산의료원)을 크게 발전시킨 마펫(Howaed F. Moffett) 병원장이 거주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마펫 병원장은 해마다 대구를 방문해 자신이 지내던 이 주택에서 묵고 갔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이 죽고 자신도 나이가 들자 지난 5년째 발길을 멈췄다.

언덕 위 3채의 집 중 가장 외관이 뛰어난 챔니스 주택은 드라마 ‘각시탈’에서 이강토 역을 맡은 배우 주원과 기무라 슌지 역을 맡은 배우 박기웅이 먼지 날리며 칼싸움을 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들었다”
청라언덕엔 서울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과 같은 개신교 순교자 묘지가 있다. 바로 ‘은혜정원(Garden of Mercy)’이다. 챔니스 주택 아래편에 있는 은혜정원에는 10개의 묘석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엔 대구‧경북 지방에 개신교를 전파하러 온 선교사들과 그들의 자녀가 묻혀 있다.

“어둡고 가난할 때 태평양 건너 머나먼 이국에 와서 배척과 박해를 무릅쓰고 혼신을 다해 복음을 전파하고 인술을 베풀다가 삶을 마감한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여기에 고이 잠들어 있다. 지금도 이 민족의 복음화와 번영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으리라.”

은혜정원 표지판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은 한국 땅과 한국인들을 위해 목숨 바쳐 선교했다. 이 중 눈에 띄는 묘석이 있는데 바로 넬리 딕 선교사의 묘다. 이 묘엔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들었다(She is dead butsleepeth)”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넬리딕 선교사의 영혼이 죽어서도 한국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대구 최초 서양 사과나무 자손목
스윗즈 주택 앞 정원에는 대구 최초의 서양 사과나무 자손목이 자라고 있다. 여기저기 받침대로 고정된 모습은 마치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나무는 동산의료원 초대 원장인 존슨 선교사가 1899년 미국에서 들여온 사과나무로 대구가 사과의 주산지로 자리 잡기에 기여한 나무다. 수령은 80년 정도로 추정되며 2000년 10월 19일 대구시보호수로도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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