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천지TV=손성환·김미라 기자] 소싸움. 농경문화가 정착한 시대에 놀이로 시작됐다가 부락 또는 씨족단위로 번져 명예를 걸고 행해진 전통 민속놀이입니다. 청도에선 가야문화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 땐 일본이 우리민족의 협동단합을 제압하기 위해 강제 폐지시켰다가 광복을 맞이하면서 부활됐습니다. 그 이후 영남권에서는 3.1절 기념행사로 개최될 정도로 민족성이 있는 중요한 민속놀입니다.

17일 청도에선 소싸움 축제가 개최된 가운데 많은 인파가 소싸움 상설경기장으로 몰렸습니다.

(인터뷰: 장은영 씨 가족 | 대구시 북구)
“박진감 넘치는 것 같아요. 소 소리도 나고 뿔끼리 부딪히니까…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소를 보니까. 실제로 소들이 싸움하는 것을 보니까 좋아해요”

(인터뷰: 사공성만 씨 | 경남 김해시)
“지역도 맑고, 이 축제가 너무 좋네요. 이 축제가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우국희 씨 | 경남 김해시)
“바깥에도 보면 행사장도 좋고, 맛있는 것도 먹고, 먹거리도 많이 있고 너무 즐거워요”

개회식엔 경북도지사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축하 인사와 함께 개회 선포식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소싸움 상설 경기장엔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소싸움도 경마처럼'이라는 현수막과 '베팅 배당률과 환급금에 대한 설명' 등이 적혀있는 안내판이었습니다.

개회식에서 청도군수의 인사말에서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녹취: 이중근 청도군수)
“우리 소싸움 경기는 토, 일 매 주말마다 경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청도에 오셔서 스트레스를 확 푸시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소싸움 상설경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순수하게 즐겨야 할 전통 민속놀이가 경마와 같이 베팅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베팅은 우리말로 하면 도박입니다.

지난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소싸움 베팅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총 889경기, 당해 매출액 17억 원, 일일매출 최고액 2억 1000만 원, 작년에만 30만 명이 소싸움 베팅을 하기 위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지역사회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시작된 합법적 도박이지만 민속놀이를 도박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녹취: 이원재 사무처장 | 문화연대)
“도박이나 사행성사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억지라는 거죠. 경마를 만들 때도 그랬고, 경정을 만들 때도 그랬고, 두 가지 논리가 있다라는 거죠.
건전한 도박이라는 것과 사회적 재원 조성…. 이런 사행성사업을 허용하는 대신에 그 돈을 좋은 데 쓴다. 수많은 문화예술 여가 스포츠가 있는데 왜 굳이 도박을 해야 하냐. 더 중요한 건 그걸 왜 권장해야 하냐. 국가나 지자체가.
실제로 (사행성사업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현대 자본주의로 봤을 때, 도박성이 주는 폐해가 너무 크고… 살기 힘든 노동자들 (등 서민이) 삶의 탈출구로 기대하는 것이죠”

(인터뷰: 사공성만 씨 | 경남 김해시)
“사행성은 축제가 되며 안 되죠. 모든 게 건전한 오락 문화가 되고 건전한 우리 문화가 돼야 좋은 대한민국이 안 되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합법적 도박으로 분류된 것은 경마, 경륜, 카지노 등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발전을 위해서 도박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매출액도 높은 수준이지만 도박에 대한 피해는 개인 뿐만 아니라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합니다.

(녹취: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상담원)
“재정적인 피해가 크시죠. 그게 가족 갈등이 되시면 이혼을 하는 상황으로 가고요. 국가에서 운영하는 경마에서도 그런 문제들이 있지요. 경마장을 찾는 분들의 많은 수가 대게 서민들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금액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그 분들에게는 그게 전 재산인 경우가 많아요. 베팅액이 점점 높아지거든요. (잃은 돈을) 되찾고자하는 마음에서 많이 베팅해야 많이 딸 수 있다는 왜곡된 심리를 가지고, 베팅을 크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거든요.
그럼 사설 도박장으로 (가죠) 처음에는 합법 도박을 하시다가…”

4대 사행산업의 매출액은 약 13조 원. 매년 사상 최고액을 경신하는 실정입니다. 사행게임 중독으로 가정파탄, 자살 등 각종 폐해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비합니다. 공기와 물이 맑다는 청도. 정신문화에서 비롯된 전통문화가 합법도박이라는 미명아래 퇴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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