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엔저’를 둘러싸고 우리나라 산업계는 물론 주변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큰 폭(8.6원)으로 떨어지며 1120.5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재무부가 일본에 ‘엔저’ 정책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영향으로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00엔을 겨우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한 반기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경쟁 목적으로 엔화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동안 비교적 묵인하는 태도를 취했지만, 일본의 정책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에 영향을 미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은 엔저 기조를 당분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랜 침체에 빠졌던 경제를 되살리는 방법으로 엔저 공세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심은 오는 18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쏠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유럽은 일본의 엔화약세를 저지하고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할 예정으로, 사실상 지난해 말부터 속수무책이었던 일본의 정책에 이번 회의를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산업계는 엔저로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경합하는 49개 수출품 가운데 절반(24개)이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49개 경합 품목은 세계관세기구(WCO)가 분류하는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겹친다. 이들 품목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금액 기준)에서 51.4%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석유제품, 자동차, 기계류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양국의 수출 상황을 비교해보면 석유제품은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작년 43.9%에서 올해 -0.7%로 급락했다. 반면 일본은 -41.8%에서 4% 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는 디젤 중형승용차의 경우 한국이 작년 수출증가율 59.5%에서 올해 -11.8%로 떨어졌다. 일본은 반대로 -36.3%에서 12.3%로 급상승했다.

자동차 부품도 차량용 기어박스는 144.8%에서 8%로, 엔진용 부품은 87.2%에서 43.5%로 현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의 원·엔 환율 기준 손익분기점은 100엔당 1316원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이를 기준으로 전 업종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엔저가 장기화되고 일본 수출기업들이 본격적인 가격인하 경쟁에 나설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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