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공휴일 지정·정전 60년 기념, 세계평화작가 한한국 일대기

뜻밖의 부탁에 의아해하며 한한국이 그에게 되물었다.

“그건 그리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한반도 평화지도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왜 내가 그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합니까?”

그러자 그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중국에는 이런 위대한 작품을 그릴 사람이 없소. 중국의 평화지도를 완성할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선생밖에 없소. 당신이 그 작품을 완성할 즈음에는 중국이 크게 발전할 것이니 꼭 완성해 주길 바라오.”

간곡한 그의 부탁을 들으면서 한한국은 꿈에서 깨어났다. 꿈을 그저 꿈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꿈에서 보았던 일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한 한한국 부부에게는 이번 꿈도 그냥 스쳐갈 수 있는 꿈이 아니었다.

한한국은 전격적으로 다음 작업을 <중국 평화지도>로 결정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인 13억 인구의 <중국 평화지도>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나…….’

산 넘어 또 산이라고 작품의 테마와 내용이 좀체 떠오르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던 윤소천 시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여보, 제가 자리를 피해 드릴까요? 당신 또 알자리를 못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요, 차라리 내가 떠나리다.”

“네? 당신 또‘ 환상여행’을 떠나려고요?!”

그렇다, 한한국에게는 또 한 가지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그는 작품에 임할 때 무턱대고 시작하지 않았다.

가령 어떤 나라의 평화지도를 그리려 한다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전문가 이상으로 철저히 공부했다. 다행히 어려서 사서삼경을 떼었을 만큼 한학에 정진한 터였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현장을 답사해야 했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환상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환상여행의 출발점에는 그의 아버지가 있었다.

한한국이 아주 어렸을 무렵이었다. 화롯가에서 한문책을 읽고 있던 그에게 아버지가 물었다.

“한국아, 축지법(縮地法)이란 말을 들어봤느냐?”

“네? 축지법이라뇨? 그게 뭔데요?”

“흠, 너 ‘토정비결’이란 책 알지? 1년 신수를 용케 알아맞히는 책 말이다. 그 책을 쓴 토정 이지함 선생이 도사였다고 하는구나. 하룻밤에 천리를 가기도 했다는데, 그때 축지법을 써서 한 걸음에 십리를 갔다고 하니, 놀랍지 않느냐! 도술로 지맥(地脈)을 축소해 먼 거리를 가깝게 하는 술법이 축지법이니라. 그러니까 너도 토정 선생처럼 학문에 도통하게 되면 이 축지법을 쓸 수 있을 게다. 알아듣겠느냐?”

한한국·이은집 공저

▲ 왼쪽부터 신정승 주중한국대사, 박주선 국회의원, 중국 국가대극원장, 한한국 작가, 강경구 김포시장, 중국 하택시장, 중국 만리장성협회장, 북경시여유국부시장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