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요즘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안보위기 상황을 긴급 뉴스로 연일 전하고 있다. 매일 즐겨보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북한이 연이어 대남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한국인 대부분은 전쟁의 위험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받은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6일자 ‘우리는 우리의 타임아웃을 어떻게 허비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5년간 큰 분쟁이 일어나지 않아, 스포츠로 얘기하자면 작전상 ‘타임아웃’의 시간을 가진 세계는 한반도 사태 등으로 마침내 타임아웃을 끝내게 됐다고 밝혔다. 프리드먼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29)을 ‘boy king(소년왕)’이라고 부르며, 북한의 전략 로켓트군에 비상대기를 지시해놓고 미국과 한국의 목표를 기습 타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쟁발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은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원자폭탄을 개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안보정책에 대해 본격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프리드먼은 이 칼럼에서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전쟁 위험에 노출된 한국인들은 미국 현지와는 달리 전혀 전쟁 위험을 느끼지 않고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다며 서울발로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느끼는 체감온도와 수천㎞ 떨어진 미국에서 감지하는 체감 온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비단 거리차이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 입장에선 북한이 감히 미국을 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서니, 크게 당황해 예민해졌으며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행위로 안보위협을 당해왔던 한국은 많은 내성이 생겨 둔감해진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때가 때니만큼 미국 스포츠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스포츠 영웅들의 모습이 새롭게 비쳐진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는 관계없이 꿋꿋하게 미국무대에서 한국스포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7, 8일 양일간 연이어 미국에서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메이저리거 홈런타자 추신수(신시내티)가 3게임 연속 홈런을 터뜨렸고, 괴물투수 류현진(LA 다저스)은 원정경기인 피츠버그전에서 선발등판해 6.1이닝 동안 2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3연승을 이끌며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렸다. 시즌 2게임째 만에 승리를 거둔 류현진은 2009년 박찬호에 이어 4년 만에 한국인 선수로 승리투수가 됐으며 통산 9번째 한국인 승리투수로 기록되게 됐다. 박인비는 시즌 첫 메이저 골프대회 우승의 낭보를 전했다. 박인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서 15언더파 273타로 정상에 올랐다. 2008년 US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었다. 

추신수, 류현진, 박인비 등 세 명이 한국 사태가 매우 위험하고 불안하다고 생각했다면 이같이 눈부실 성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보통 한국 사람과 같이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해 늘 겪어왔고, 이번에는 다소 강도가 좀 센 것이 아닌가 정도로 여기고 자신의 경기력에 집중해서 거둔 성과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스포츠에서 타임아웃은 숨을 고르고,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자신들이 한 경기내용을 분석하며 동료들과 함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함께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이라는 프리드먼의 칼럼처럼 안팎으로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겪은 한국 스포츠 영웅들은 지난 63년간 지속된 한반도의 전쟁 ‘타임아웃’을 직접 운동을 통해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며 개인의 발전과 국위선양을 위해 열심히 뛴 덕분에 지금과 같은 성적을 냈다고 본다. 한반도 위기 시에도 현명하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한국 스포츠맨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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