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아이에게 물어 보세요!”
언제부터인가 필자가 자주 던지는 주문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15년째 진료를 이어 나가고 있는 필자가 새삼 가장 중요하게 깨닫는 부모들의 육아 행동 지침이기도 하다. 즉 아이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들어야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은 도대체 왜 자신들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결정하지 못할 뿐더러 잘못된 길로 가곤 하는가?

첫째, 의존적 경향 때문이다. 자신들의 양육 태도와 행동에 대한 효능감과 자신감이 저하되어 있는 부모는 대개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쫑긋 기울이곤 한다. 동네의 선배 아줌마들로부터 친정 언니들이나 시누이들, 혹은 먼저 출산하여 선배 엄마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학창 시절 친구들까지 실로 다양하다. 물론 도움이 된다. 그러나 때로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선배 엄마들의 충고와 조언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에게 일반화시켜서 적용시키기 어렵고 게다가 비전문적이고 상당히 주관적인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가 집단은 그러한 정보들을 가리켜서 ‘~카더라 통신’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무서운 메시지는 ‘맞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엄마들의 지적 욕구 및 육아 관심의 증대로 인하여 정보를 전문가들에게 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각종 언론 매체의 육아 관련 프로그램 및 칼럼, 서적, 강연회 등이 그것들이다.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들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1:1의 접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통하여 깨달음과 교훈을 얻는 간접적 접근이라는 것이 제한점이다.

부작용도 있다. 육아 관련 전문 정보를 너무 맹신한 나머지 융통성 없게 아이에게 적용하여 아이와 부모 간의 사이가 오히려 더 크게 악화된다. 어떤 부모는 내가 그것을 도저히 이해하거나 실천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기에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자기 비하의 마음에 빠져서 아이를 키울 의욕마저 잃게 되기도 한다.

둘째, 독단적 경향 때문이다. 어떤 부모님은 자신의 육아 방식이 전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이 세상에서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라는 믿음과 함께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므로 나의 분신이자 소유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우리 아이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다’는 생각이다. 얼른 들으면 자녀에게 매우 헌신적이고 훌륭한 모성애를 갖춘 엄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당히 위험하고 과격한 생각이다.

나의 아이 혹은 우리 자녀는 비록 나의 몸 일부에서 기원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립적 인격체의 자격을 취득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즉 나와는 다른 별개의 사람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의 부족한 점을 가르쳐 주고 보완해 주면서 이끌어줘야 함이 부모의 책무라고 하겠지만, 자녀가 미성숙하다고 해서 그(또는 그녀)를 존중하지 않아도 좋다는 면책 특권은 결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의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언행을 아동 학대로서 규정지어 법적인 처벌까지 가하고 있지 않은가? 여하튼 이 경우의 부모는 사랑하는 마음을 분명하게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또는 양육 과정의 세부 방법들에서 자녀와 자주 마찰을 빚곤 한다.

결국 사춘기 즈음이 되어 자녀의 반항적 행동에 부딪히기 쉽다. 그때가 되면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고 실망스럽겠는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의 자녀는 그간 자신이 억압당했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러한 엄마를 불쌍하고 가엾게 여겨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비극적 상황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방법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아이에게 물어 보세요!’라는 것이다. 매우 간단하고도 쉬운 이 방법이 곧 ‘질문 육아(Question Parenting)’다. 부모들이여! 간단하고도 손쉬운 질문 육아법을 익혀서 모두들 육아의 달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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