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난 6일 장서각에 소장된 19세기 한글 필사본 ‘동의보감’을 공개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소장한 ‘동의보감’ 초간본(왼쪽)과 한글 언해본.(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뉴스천지

장서각에 소장된 한글본 ‘동의보감’은 3권이며, 필사나 언해와 관련된 기록이 없어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용된 종이의 상태나 언해된 어휘의 특징 등을 토대로 19세기 중엽 무렵 언해하고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흘림체의 전형적인 궁체로 미루어 궁중의 여성에 의해 필사된 것으로 보이나 까다로운 한문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은 궁녀가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한문에 능통한 학식을 갖춘 남성에 의해 언해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제1권·3권·5권 등 내경편(內景篇) 3책만 남아 있으나, 언해본 제1책의 앞에는 전체 목차가 수록돼 있다. 이로써 당초 한문본 전체를 한글로 옮기고자 의도했으나 중도에 중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의 가치는 ‘동의보감’ 언해본으로서 유일하다는 점이다. 특히 왕실에서 언해하고 낙선재에서 소장했다는 점은 왕실여성이 궁중에서 ‘동의보감’을 실제 얼마나 활용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된다. 또한 수록돼 있는 우리나라 약초의 명칭을 통해 약재의 당시 이름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장서각에 소장된 ‘동의보감’은 현재 총 12종이다. 문화재관리국에서 이관된 원래 조선왕실도서관에 소장됐던 자료는 모두 3종으로 이번에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초간본과 목판본 그리고 한글로 된 언해본이다.

▲ 동의보감 한글본. (사진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한국학의 진흥을 위해 설립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중심기관으로서 조선조 왕실에서 소장했던 고도서와 귀중한 전적들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도서관이다. 왕실족보류, 어제어필류, 왕실탁본자료, 왕실고문서류 등의 왕실자료를 비롯해 군영자료, 한글소설류 등 8만여 종의 책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한국학 전문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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