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루나틱’은 나를 환자로 만들었다. 아니다. 나를 정상으로 만들었다.

 

▲ 재즈 루나틱 포스터.

 

2004년 마치 ‘비밀공연’처럼 소리 소문 없이 무대에 올랐었던 ‘루나틱’이 올해는 큰 관심 속에 재즈버전으로 돌아왔다.

먼저 배우 정태우가 연출자 백재현과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면서 노 개런티 출연으로 루나틱의 백미 ‘정상인’ 역을 맡았다. 루나틱은 그동안 전용관을 마련했고 소극장의 묘미를 배우들의 첫 등장부터 잘 활용했다.

막이 열리고 관객들 뒤쪽에서 등장하는 배우들은 환자복을 입고 ‘병자답게’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맨 뒷줄에 끼어 지나가는 찌푸린 표정을 한 정태우를 대면하게 되면 더욱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더해간다.

뮤지컬 배우의 시원한 가창력과 포장한 즐거움이 아닌 배역에 즐겁게 몰입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신선하다. 첫 번째 환자 나제비부터 고독해와 무대포는 모두 터질 것 같은 웃음과 폭소를 안겨주고 그 뒤에는 교훈 섞인 울음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우리의 모습이 있었다.

간단한 스토리이지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네 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이 풀어내는 사연은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루나틱’의 백미는 ‘정상인’이다. ‘정상인’ 역할을 맡은 정태우는 시종일관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며 한두 마디 대사를 툭툭 내뱉기만 한다. 그러나 정태우의 연기력은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을 ‘정상인’으로 믿고 있지만 이면적으로는 철저하게 ‘비정상적인’ 그의 내면 연기는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관객은 정태우의 조용한 관전을 너그럽게 이해하며 그의 연기에 100% 공감하기 시작한다.

‘루나틱’의 뜻은 ‘달의 영향을 받은’이란 의미의 정신이상자를 칭한다. 흔히 우리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거나 보통사람들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일컬어 미치광이라고 한다.

관객들은 루나틱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꼭 ‘나 혼자 힘들고 미칠 것 같은 세상은 아니었구나’ 하며 위로를 받는다. 점점 미쳐가는 세상, 더 이상 제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다.

자신은 정상이라고 끝까지 자부하던 한 남자가 스스로의 소리를 내지를 때, ‘내 모습이 네 모습이야’라고 외치는 정태우의 대사 한 마디에 관객은 알 수 없는 공감대에 박수갈채를 보내게 된다.

미쳐 가는 사람들을 볼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나도 어쩌면 저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루나틱’은 우리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혹은 우리 안에 내재돼 있어 미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한번쯤 돌아보게 한다. 또 그저 웃고만 넘기는 뮤지컬이 아니라 감동과 눈물이 함께 스며있어 나도 모르게 미쳐 가고 있는 마음들을 위로 받는 치료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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