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할머니집 박희준 사장

▲ 한우 생고기 전문점 '김포할머니집'을 운영 중인 박희준 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친환경 소고기만 취급, 소에 대해서도 알고 먹어야
“친환경 소고기, 마블링이 없어 맛도 건강도 훨씬 좋아
부위별로 다양하게 소비해 주는 게 한우농가 살려주는 것”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에 자리 잡은 한우 생고기 전문점 김포할머니집. 그리고 20년간 한우 고깃집만을 고집하며 한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김포할머니집을 20년 넘게 운영 중인 박희준(48) 사장. 그는 한우만큼은 전문가라고 자신한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는데, 오직 한우하고만 20년을 같이 동고동락했으니 박사가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박 사장은 연중무휴로 지금껏 장사를 해왔다. 그가 36세에 결혼을 했으니 지금 아내보다도 한우고기와 더 인연이 질긴 셈이다.

우선 그가 고깃집을 차리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그는 특별한 계기라기 보단 삼촌이 지나가는 말로 ‘사업을 해서 돈을 벌면 어떠냐’고 한 얘기에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 얘기 듣고 여러 군데 다녀보면서 많이 고민도 했지만, 사실 철없을 때라 별 생각 없이 시작한 거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만 남들과는 다른 것으로 특화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소고기만 팔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는 것.

그러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느 사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선 그에게 가장 큰 난관은 자본금이었다. 당시 백수였던 그는 모아놓은 돈이 한 푼도 없는 데다 대출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그가 기댈 곳은 어머니였다. 하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집안에는 대부분 공무원들이 많고, 장사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반대가 심했다는 것. 박 사장은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설득을 했고,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듯 결국은 어머니의 승낙을 받아냈다. 그는 “허락받기 위해 매일 드러누워서 항변했다. 아마 내가 어머니였어도 반대했을 것이기에 어머니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어머니가 자금을 대주신 덕분에 가게를 차린 그는 다행히 장사가 잘 됐고, 이자까지 쳐서 2배로 갚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한우식당을 하는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대박 났다. 특히 당시 전무했던 소고기 이력제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소고기 정보를 공개하니 손님들이 믿고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대박 요인은 그의 가게는 친환경 소고기만 판매한다는 점이었다. 그가 들여오는 소고기는 방목해서 키운 소다. “토종닭처럼 들판에서 맘껏 움직이게 해서 방목으로 키운 소는 운동량이 많아서 마블링이 별로 없다. 소가 건강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맞을 필요도 없고, 고소한 풍미도 강하다”면서 자신이 쓰는 소고기를 자랑했다.

그의 친환경 소에 대한 자랑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보통 소와도 비교하며 “보통 마블링이 많은 소는 좁은 곳에 가두고 키운 소다. 쇠에 부딪히고, 소끼리도 서로 부딪히고 하다보니까 상처가 많게 돼 항생제를 많이 먹이기 때문에 마블링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운동량이 많은 소는 고기가 질긴 편이다. 그러나 맛은 더 부드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박 사장은 “요즘 사람들은 소고기가 질기지 않은 것이 더 부드러운 거라 생각하곤 이를 찾는데 이것은 잘못된 지식”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계속해서 그는 자칭 한우 전문가라 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에 관한 강의(?)를 이어갔다. 그 중 하나가 요즘 소 값은 많이 떨어져서 축산 농가는 힘든데 식당에서 사 먹는 소고기 가격은 왜 안 떨어지냐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언론에서는 항상 단순하게 얘기를 하는데, 소가 많이 팔리면 이익이 남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 처분되는 고기들이 많아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의 설명인즉슨 일정 부위만 많이 팔리고 뒤에서 남는 부위들이 창고에 쌓여있으니까 소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소비자들이 여러 부위의 소고기를 골고루 소비해주는 게 도와주는 방법이란다.

“소는 부위가 50여 개가 된다. 맛도 그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소고기 중에서 등심이 가장 맛있으니 등심만 매번 구입한다면 나머지 부위는 버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소 값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이러한 소에 대한 지식을 알고 나서 소비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래야 축산 농가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급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알고 상부상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박 사장은 구제역보다도 광우병 촛불시위가 있었을 때가 가장 축산농가에 치명적이라 말한다. 당시 그도 1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얘기로 축산 농가를 생각한다면 촛불시위만큼은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하며 웃었다.

축산 농가까지 걱정하는 그는 또 한우 예찬가였다. “한우만큼 맛있는 고기가 없다. 한우가 외국 소보다 부드러움이 덜할지 몰라도 그 맛만큼은 정말 외국인들도 인정할 정도”라며 다시 한 번 자기자랑이 아닌 한우 자랑을 늘어놓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우만 사랑할 것만 같은 그에게도 사랑하는 아들, 딸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으로 이란성 쌍둥이다. 방목으로 키운 친환경 한우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도 자녀 양육을 마치 친환경처럼 한다.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해 줄 뿐 공부하라는 얘길 안한단다. 오히려 자연과 더불어 놀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시험점수 10점을 맞고 들어와도, 20점을 맞아도 자랑을 해줬고,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5과목 올백을 맞아 오더라는 것. 점수가 조금씩 오를 때마다 칭찬을 해주니 아이들이 칭찬받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셈.

박 사장은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은 없고,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해 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며 그만의 자녀 양육법도 공개했다. 한우 고깃집을 운영하며 한우와 함께 해온 20년이 다 헛된 시간은 아닌 듯싶다.

그는 자녀들의 하교 시간을 차로 태워오는 일을 매일 책임진다. 이유는 고깃집을 연중무휴에다 밤늦게까지 장사하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에게는 그 시간이 하루 일과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자신이 데리러 가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학원가기 싫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하면서 엄마한테는 아빠가 얘기해줄게”라며 친구 같은 아빠로 다가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의 일생은 희생이다. 이름도 안남기지만 인간에게 베풀어주는 게 많다. 나에게도 20년을 먹여주고 살게 해준 소다. 소와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며 소와의 돈독한 관계를 재차 확인시켰다. 아울러 그는 나중에 다른 지역에도 직영점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희준 사장의 한우 사랑이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 김포시 운양동에 자리잡고 있는 김포할머니집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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