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원 시인, 작곡가

 
두 눈이 보이지 않고 말도 하지 못했던 헬렌 켈러는, “전 너무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답니다.” 반면에, 프랑스 황제가 되어 권력을 한손에 거머쥐었던 나폴레옹은, “내 기억에 내가 행복했던 날은 엿새도 안 되네.” 하느님! 이제부터 제가 가야 할 길을 인도해 주십시오. 간절한 나의 부르짖음에 반드시 응답해 주시리라 믿으며 오늘도 하느님 앞에서 기도드린다. ‘사람 인’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오묘한 진리가 담겨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씨름이나 레슬링을 하는 모양 같기도 하고, 허약하거나 불행한 상황에 처해 쓰러질 듯한 것을 서로 부축하고 넘어지지 않게 받들어주는 모양 같기도 하다.

전자는 상대방을 넘어뜨려야만 하고, 후자는 넘어지려는 사람을 보호하면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인’자가 지닌 의미라면 후자일 것이다. 굳이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한다면 부부 사이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부부는 두 사람이 만나 한평생을 아끼고 도우면서 오순도순 살아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나는 두보의 시를 매우 좋아한다. 이름은 내가 정할 수 없지만, 호는 내가 정할 수 있다. 호를 짓는다는 것은 내가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일이다. 호를 짓는다는 것은 내가 정한 목표와 철학에 따라 살고 싶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호를 짓는다는 것은 일상에서 잊지 않고 나의 원칙을 가까이 하겠다는 성실함의 표현이다.

나의 호는 ‘금산’이다. 간서치 이덕무처럼 책에 파묻혀 책만 보는 바보가 되고 싶었다. 또 책을 많이 읽어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이 나에게 보여줄 진리의 길, 책이 나에게 열어줄 옳음의 길을 믿었기에 책과 관련한 호를 스스로 지었던 것이다. 인생은 처음과 끝이 좋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삼가고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시작이 좋지 않은 것이 끝이 좋을 수는 없다. 또 끝이 좋지 않은 일이 원래 좋은 일일 수 있다. 재도전은 새로운 시작인 동시에 아름다운 끝맺음이 될 것이다. 완성하지 못했던 일들을 완성하기 위해 나는 새로운 다짐과 비전을 가슴에 품고 다시 시작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위로 꼭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다. 마치 바다처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그대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그대보다 높아졌다면 그대는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다와 같이 넓다고 이야기한다. 바다는 항상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수용하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이 나라에 인재 없음을 탓하지 마라. 바로 그대 자신이 인재가 될 생각을 하고 준비하라”고 강조하셨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바로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

가을날에는 고독을 즐겨야 한다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생각했다. “고독은 단 하나뿐이며, 그것은 위대하며, 견뎌내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가 맞이하는 밤 가운데 가장 조용한 시간에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바로 이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공동의 비전이 없으면, 각 그룹들은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법률의 제정을 추진한다. 인간에게는 비전이 필요하다. 내일을 설계하기 위해서, 행복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참다운 리더는 새로운 눈과 가슴이 있는 사람이다. 행복은 끊임없는 도전과 반복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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