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처음으로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기업형 슈퍼마켓(SSM) 옥련점을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을 한 이후 전국에서 중소상인들이 사업조정 신청을 했다. 현재 사업조정 신청 건은 총 18곳. 

전문가들은 대기업 유통업계가 SSM 시장을 택한 이유에 대해 “주 활동 무대였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200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형마트가 270여 개에 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른 경제연구소들 역시 대형마트 포화상태를 270여 개로 예측했다.

현재 4월 기준 대형마트 수는 393개로 추정치 보다 120여 개가 웃돈다. 이에 대기업 유통업계는 포화된 대형마트 시장에서 중소 유통업으로 눈을 돌린 것.

현재 7월 말까지 SSM 입점 수는 594곳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58곳, 롯데슈퍼 147곳, GS슈퍼 119곳, 이마트 에브리데이 7곳이다.

SSM 출점 가속화에 주변 중소 유통업은 울상이다. 중기청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SSM 주변 226개 슈퍼, 과일가게 등 유통업체 중 87.2%가 ‘향후 경영환경이 부정적으로 될 것이다’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일일 매출액이 평균 49.7만 원(30.8%)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중소 유통업체는 현재 경영 상태로 10곳 중 4곳이 6개월을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건호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실 부장은 “SSM은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으로 상품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춰서 판매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 상인들은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하다”며 “중소 상인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SSM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등록제에 관해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SSM 사업조정 권한을 시·도지사와 함께 진행하겠다”며 “시·도지사는 실질적인 관할 지역 행정권한을 가졌고 지역 사정을 잘 안다. 때문에 시·도지사가 사업을 조정하는 것은 대형 유통업체, 지역 소상공인과 지역 주민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기업 유통업 측은 “현재 출점을 앞두고도 개점을 못해 손해가 크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조정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가면 실질적으로 우리보고 나가라는 이야기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1천㎡(300평) 이상 3천㎡(900평) 이하의 규모로 슈퍼마켓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소매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SSM은 규모가 500㎡(150평) 보다 작은 곳이 대부분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