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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모산재 Ⅰ “날 쉬이 보지 마시오”

곳곳에 솟은 산과 산 사이의 좁은 계곡. 陜川(합천)이 주는 의미와 땅 모양새가 꼭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면적이 좁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래봬도 경남에서 가장 넓고 서울보다 1.6배 큰 합천(983.47㎢)이다. 어디 면적만 클쏘냐. 해인사와 더불어 영암사터 등을 보아 통일신라시대의 합천은 경주와 함께 잘 나가던 고장이었던 게 틀림없다. 천 년 전의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한 합천으로 떠났다.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 남쪽 자락에 위치한 모산재. 합천에서도 가회면 둔내리에 있는 고개다. 모산재에 오르기 전 영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찰 터를 볼 수 있는데 무려 1000년 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다고.

영암사지를 뒤로하고 새로 지어진 절 근처에 나 있는 길 따라 고개를 넘기로 했다. 사실 산 아래서 쳐다본 고개의 첫인상은 평범한 바위산일뿐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한 걸음씩 발을 떼면서 숱한 이야기가 묻힌, 그래서 흥미로운 고개임을 알게 됐다.

하늘이 점지한 터에 모산재가 있다. 예로부터 제일의 명당으로 알려진 무지개터도, 또한 고려 말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들러 조선 창업을 기도하러 온 국사당도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가야산이나 황매산이 아닌 일개 고개가 명당이라니 ‘작은 고추가 맵다’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각설하고 길 따라 오르는데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바위에 걸린 밧줄에 의지해 겨우겨우 순결바위에 오르면 그때부터 눈과 마음은 호강한다. 대신 돛대바위까지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없으니 이 점은 유의해야 한다. (늦봄에서 가을까지) 강렬한 햇볕과 햇빛, 그리고 무시로 불어오는 바람을 감수할 수 있다면 순결바위가 있는 즈음에서 사방을 꼭 둘러보길 바란다. 바로 아래에 보이는 영암사지는 신묘하기까지 하다. 아래서 봤을 땐 어마어마한 가람 터 규모에 감탄하고 위에선 옆 저수지와 어우러진 터가 모산재를 지켜주는 듯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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