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닮아 겁 많지만 은혜는 확실히 갚아”

▲ “나는 류수를 지키는 수호신 노루야. 어때, 멋지지!”

▲ 건원 윤상철 선생
조선시대 때 함평 이씨의 중시조격인 이적이라는 분이 땔나무를 준비하는데, 사냥꾼한테 쫓긴 노루가 살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너도 생명체인데 살아야지” 하면서 나뭇단으로 가리고 두루마기로 덮어 숨겨줬다.

사냥꾼이 간 뒤 나뭇단에서 나온 노루가 은혜갚음을 하려고 명당자리를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이왕이면 자손이 번성할 곳을 가르쳐주게” 하니 노루가 명당을 가르쳐주면서 “말씀하신 대로 다른 것은 몰라도 자손은 번성할 것 입니다” 했다. 그 덕분인지 함평 이씨의 후손이 많아졌다. 자손 번성하게 해주는 산소를 노루가 잡아줬다고 해서 노루명당이라 부른다.

지금도 벌초를 할 때 풀만 깎고 칡넝쿨은 그냥 놔둔다고 한다. 번식을 잘하는 칡을 그대로 놔두면 산소를 모두 덮어버릴 텐데 왜 그냥 두는 것일까. 노루가 칡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노루 먹으라고 칡넝쿨을 말아서 한쪽으로 치워두는 것이다.

또 경남 하동군에 있는 개무덤 동네도 노루가 잡아준 살기 좋은 명당이라고 한다. 노루는 죽은 사람의 집인 음택뿐만 아니라 산 사람의 집인 양택도 잘 본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늘나라에서도 음식창고를 맡아 잔치의 음식을 나눠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류수의 ‘류’자는 ‘버드나무 류’자인데, 버드나무가 물길을 찾아서 줄기를 뻗듯이 명당자리를 찾아 손님을 앉게 하고, 사람에 따라 음식을 배당하는 일을 잘한다는 것이다.

▲ 류수와 주변별들
2월 15일 밤 11시에 정남쪽에 뜨는 낚싯바늘같이 생긴 별이 바로 류수다. 말띠 중에 음력 1~4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류수가 수호별이다.

이 사람들은 노루를 닮아 겁이 많으면서도 비밀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다. 또 노루는 일부일처제이고 부부금실도 좋으며, 담이 작아서 물먹다가 제 그림자를 보고도 놀라 도망가지만, 자식 사랑이 남달라 피리로 노루새끼 소리를 내면 곧바로 달려오다가 잡히기도 한다. 그래서 확실한 사람만을 골라 사귀고 은혜는 확실히 갚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을 포함해 경기도 서부, 북부지역과 관련이 있다. 류수를 수호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일이 잘될 때는 류수를 보고 “고마워, 류수야!”하고, 어렵고 힘들 때는 류수를 보고 “나에게 힘을 줘. 나 지금 많이 힘들어!” 하면 수호별이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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