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K그룹 R&D팀장 전삼수 매니저

▲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즐거운 힐링 요리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2달 내내 낚시만 했다. 생각지도 않던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한 후 출석 한 번 안하고 5월이 될 무렵. 

이제 그만 휴학계를 내려는데 학과 교수님이 호숫가로 찾아왔다. 하루 종일 같이 낚시하고 얘기를 나누더니 ‘휴학계는 학교에 나와야만 도장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출석을 했는데, 요리공부가 막상 해보니 꽤 좋았다.

그에게 요리는 ‘치유’라는 뜻이다.

먼저는 요리사 자신이 행복한 상태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요리사가 즐겁게 음식을 만들면 먹는 사람도 행복한 요리가 나온다.

같은 이치로 생각하면, 요리는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 요리사의 마음이 괴롭거나 술을 많이 마시고 힘들 때는 칼을 잡아서는 안 된다. 반드시 짜든지 혹은 쓰든지, 맛에 문제가 있는 음식을 만들게 된다.

기억해 보라. 어머니가 아버지와 싸운 후에 는 음식맛이 어딘가 이상하지 않았던가. 틀림이 없다. 그래서 심하게 말하면 ‘요리는 칼 없는 강도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여기서 또 하나를 말하자면 피토케미컬이라는 게 있다. 빨간 토마토의 리코펜, 마늘의 알리신, 보라색 과채류에 들어있는 안토시안 성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 보라, 흰색까지. 다양한 색상의 재료들은 보기에 도 먹음직스럽지만 그 안에 자연의 생명력을 듬뿍 머금고 있다. 이처럼 고유의 색깔을 따라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천연기능을 살리는 것이다. 항산화·항암효과, 시력회복 등 재료 그 대로가 가진 특성으로 힐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니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요리는 정말 ‘힐링’이다.

힐링 요리론을 풀어내는 전삼수 매니저가 고객 앞에 내놓는 요리를 들여다보자. 조미료를 일체 넣지 않아 투박함이 살아 있다. 이런 종류의 요리는 그를 행복하게 만든다. 처음엔 손님들이 ‘심심한 맛’이라고 불평도 많이 했지만, 건강한 데 길들여지는 건 모든 사람의 소원이 아니던가. 지금은 그의 요리 스타일을 인정한 고객들로 매장이 북적북적하다.

사실 그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 미슐랭 별 하 나부터 다섯까지 돌아보는 방랑도 했다. 하지만 긴 여행 끝에 너무나 먹고 싶었던 건 이탈리아의 하숙집 할머니가 늘 해주시던 파스타였다.

할머니의 손은 갓 따낸 토마토를 그냥 주물주물 으깼다. 거기다 대충 뭉갠 마늘을 집어넣는다.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뒤 내어주는 파스타. 아, 이게 이탈리아 요리구나 싶었다. 있는 식자재 그대로가 주는 맛.

답을 얻었으니 한국으로 즉시 돌아왔지만 신선한 재료만 섞어 놓는다고 이탈리아 요리가 탄생하는 건 아니다. R&D 매니저로서 새로운 메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말을 빌리면, 요리는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 중 하나다. 전 세계 전문 요리인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신메뉴만 해도 한 달에 몇 백가지를 헤아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는 메뉴가 되려면 색감과 드레싱 종류, 계절감까지 고려해서 다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에게 요리란, 좀체 어울리지 않을 듯한 재료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즐거운 작업이다.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신메뉴는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심지어 ‘신기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무한한 상상력의 다양한 맛을 접시 위에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 그가 말하는 요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요리를 어렵게 느끼는 주부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는 어떤 게 있는지 추천을 부탁 했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그린빈’을 추천한다. 길쭉한 초록빛 콩꼬투리를 그대로 먹는 그린빈은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해서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요리법은 올리브유와 소금을 약간 넣고 센 불에 볶아 내기만 하면 된다. 육류나 해물을 좋아한다면 같이 넣고 볶아도 잘 어울리고, 버섯을 함께 넣어도 멋진 요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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