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교장 정면으로, 앞에는 병원 주차장이 있고 뒤에 병원 고층 건물과 좌우로 병원 시설 건축물이 붙어있는 등 병원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은 원형 복원 공사로 출입을 제한했을 당시인 2012년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문화재 ‘경교장’ 코앞에 병원 건물 신축
강북삼성병원, 국가지정문화재 관리에 ‘나몰라라’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현재 경교장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어디가 복원이 됐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관계자는 ‘원형 복원’이라는 말에 대해 “완전 복원이나 일부 복원이나 모두 원형 복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전체 복원’이나 ‘완전한 복원’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 패널 초안에는 “2009년, 경교장의 역사적 위상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 공간을 복원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서울시와 강북삼성병원이 경교장의 전체 복원에 합의하였다”라고 적혀 있었다. 현재 바뀐 패널에는 “건물 복원에 합의했다”로 수정됐다.

“전체 복원하려면 삼성과 양립 불가”

현재 경교장의 소유권은 개인 기업인 삼성 측에 있다. 삼성은 1968년 ‘고려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소유주가 됐고, 이후 강북삼성병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경교장을 병원 본관으로 사용하면서 역사적 현장은 국민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1996년 강북삼성병원은 경교장을 헐고 17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려 했다. 철거 위기에 놓였던 경교장을 되찾은 것은 시민단체의 노력이었다. 이들 단체는 철거 반대 및 경교장 문화재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 국회청원, 대통령 탄원서 제출 등의 노력으로 철거를 막았다. 이런 노력 끝에 경교장은 2001년 4월 6일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러나 삼성 측은 그해 6월 서울시로부터 지상 15층, 지하 3층의 병원 신관 건물 건축 허가를 받았다. 서울시 조례에는 문화재보호를 위해 문화재 50m 이내의 건축물은 높이와 규모를 사전에 검토ㆍ조정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경교장 터에 병원 신관을 건축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삼성 측에 문화재 주변에 따른 건축 심의 신청서를 다시 요구하고 재심의를 하지 않았다. 삼성은 2월에 경희궁 터를 놓고 심의를 받아놨던 것을 이용해 경교장 바로 앞에 건물을 신축했다.

삼성은 “근처의 경희궁을 놓고 적법 절차에 따라 심의를 받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했으나, 건물이 증축된 곳은 문화재로 지정된 경교장 터에 해당했으므로 재심의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결국 서울시가 삼성에 260억대의 불법 건물 허가를 내준 꼴이다.

경교장, 우여곡절 끝에 ‘사적’ 지정

경교장 복원의 시작은 1995년 6월 백범암살범 안두희 가평납치사건을 주도했던 이들 중 몇 명이 경교장을 방문해 백범 선생 집무실이 환자복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경교장을 되찾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면서부터다. 그 몇 명에 속했던 김인수 대표는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을 조직하고, 삼성의 경교장 철거 계획을 무산시킨 데 이어 ‘민족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복원하라는 성명서를 1996년 6월 김구 선생 서거 47주기를 맞아 효창공원 추도식장에서 발표했다.

▲ 2005년에 사적 제465호 승격 지정된 경교장 안내판이 출입문 옆에 서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같은 해 8월 15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조순 전 서울시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에게 ‘경교장 문화재 지정 및 복원’에 관련된 질의서를 제출했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았다.

이때 정부는 ‘현장보존을 삼성측에 요청’하는 수준의 답변을 했고, 서울시는 ‘경교장의 변동된 소유자의 취향과 현재의 병원으로서의 사용을 위한 내ㆍ외부의 변형이 심한 상태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상당히 상실한 상태에 있어 문화재위원회에서 문화재 지정을 유보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1997년 국회문화체육공보위원회는 경교장 현장 조사 결과 ‘많은 부분 변형된 것은 사실이지만, 건축물 자체의 보존 가치 유무를 떠나 우리나라 근대사의 중요한 현장이라는 점에서 문화재로 지정해 원래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2000년 3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경교장 복원 및 국가지정문화재 촉구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2000년 4월 6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전문가 검토 후 심의 과정을 거쳐 처리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후 2001년 4월 6일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됐다.

백범사상실천연은 2001년 6월 서울시에 경교장 시지정문화재 기념공동행사를 제안했으나 시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16일 김인수 대표는 경교장을 국가지정문화재로의 승격 지정과 복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송했으나 두 달 후 대통령비서실로부터 공문을 이첩 받은 서울시는 ‘현재로서는 경교장을 원형․복원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회신했다.

2001년 11월 23일 대한민국임시정부 환국 56돌 기념식에서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대표 김인수)’가 결성됐고 이후에도 정부 기관 등에 국가지정문화재 승격 요구를 한 끝에 경교장은 2005년에 사적 제465호로 승격됐다.

2010년 6월 26일 경교장 내부에 있던 병원 시설물이 42년 만에 모두 철수함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경교장의 원형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원회와 많은 시민의 끈질긴 복원 요구에 지난 2011년 8월 17일에 경교장을 방문한 서울시 관계자들이 이듬해 광복절 이전까지 경교장 건물에 대한 복원을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약속한 2012년 8월 15일이 됐으나 복원을 완료하지 못했고, 이후 2012년 11월 23일에 개관식을 열려 했으나 올 3월로 미뤄졌다. 당시 경교장 복원을 전담했던 역사문화재과장은 현재 다른 부서로 이동했다.

앞으로 6년 후면 임시정부 100주년이자 독립을 이끈 역사적인 날 3.1절이 100주년이 되는 해다. 시민단체는 서울시와 삼성의 협조로 문화재 경교장의 전체 원형을 되찾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그날이 잃어버린 한국 근현대사 한편을 되찾는 날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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