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적 제465호 경교장 뒷벽이 강북삼성병원과 붙어 있고 경교장 앞에 신축한 건물과 구관을 연결한 구름다리가 걸쳐진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개관식 없이 개관한 경교장 숨은 사연
서울시 “개관식은 요식행위”… 말만 원형 복원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던 백범 김구(金九) 선생이 1945년 해방 후 중국에서 환국한 이래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생애를 마칠 때까지 생활하던 사저.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역사적인 국무회의가 진행된 장소이기도 한 곳. 바로 ‘경교장’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동에 위치한 경교장은 현재는 건축당시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정원이었던 곳에 들어선 강북삼성병원 건물에 붙어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던 경교장 뒷벽은 병원 건물과 붙어 있고, 경교장 위로는 병원 구관과 신관을 잇는 구름다리가 걸쳐 있다. 아래로는 지하 3층의 주차장이 조성돼 붕 떠 있는 셈이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경교장이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문화재라는 것도, 아니 경교장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

삼일절이던 지난 1일은 경교장의 개관식이 예정돼 있었다. 서울시는 그동안 병원 부속건물처럼 쓰이던 경교장을 복원하고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관식은 돌연 취소됐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없이 2일 일반에 공개했다. 무엇이 급했기에 내부만 가까스로 복원하고 이렇다 할 개관식도 없이 공개한 것일까.

“시골 마을회관도 개관식은 해”

당초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3일에 경교장 내부 복원 개관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세부 복원안 변경에 따라 올해 3월 1일로 식을 연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1일에 예정됐던 개관식을 돌연 취소하고 ‘2일부터 경교장을 일반인에 공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언론들은 일제히 ‘경교장이 64년 만에 완전 복원됐다’고 보도했으나, ‘완전 복원됐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김인수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사)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상임대표는 “경교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8.15 해방 후 환국해 마지막으로 사용한 청사이자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육군 소위이자 미군방첩대(CIC)요원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명을 달리한 비운의 현장”이라며 “하다못해 시골에 마을회관 하나 세워도 개관식을 여는데, 역사적 장소인 경교장은 개관식도 없이 일반인에게 공개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 경교장 뒷벽이 병원과 붙어 있다(왼쪽). 경교장 측면 벽에 '응급실전용 주차장'이라는 문구(빨간 원)가 붙어있다(아래).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가 갑자기 개관식을 취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관식을 열기로 했던 1일에 시민단체에서 규탄대회를 하겠다고 나서 충돌이 염려돼 할 수 없이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내부가 복원됐다고 공식적으로 알리는 기념식을 거행하는 것은 당연한 의례가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개관식은 요식 행위에 불과하며,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제94주년 삼일절 기념일이기도 했던 지난 1일, 경교장 앞에서는 경교장복원범민족추진위․(사)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주최로 규탄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김인수 대표는 “경교장 위는 지금도 병원과 연결되는 구름다리가 그대로 있고, 건물은 병원 벽과 여전히 붙어 있다. 지하 주차장으로 인해 경교장이 떠 있는데 어떻게 전체 복원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경교장의 정상적 복원과 완전복원은 강북삼성병원과 경교장이 양립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문화재로 지정된 경교장이 옮겨져야 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송태경 대변인은 “전시 패널(안내 설명) 초안에는 ‘전체 복원에 서울시와 삼성이 합의했다’고 기록됐는데, 사실 전체 복원이 아닌 ‘건물 복원’이라 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전체 복원이 되려면 정원까지 있었던 경교장 1500평이 원래대로 복원돼야 한다”며 “그것이 힘들다면 하다못해 경교장 건물 전체는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경교장은 강북삼성병원과 붙어 있어 건물 뒷부분은 볼 수 없다.

(②에 계속)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