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콘스부부 소장 사진 ‘사진집’으로 묶어

▲ 휴전 직후 한국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한 영국인 의사 부부가 1950년대 한국의 모습을 담은 필름이 책에 담겼다. 1954~1956년경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내 전경(위), 난민촌 인근의 빨래하는 모습(왼쪽 아래), 제3대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붙어있는 선거 홍보물 (사진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휴전 직후 전쟁으로 상처 입은 한국인들을 치료한 영국인 의사 부부가 1950년대 한국의 모습을 담은 필름이 공개된다.

영국인 의사 부부 존 쉘윈 콘스(John Selwyn Cornes)와 부인 진 메리 콘스(Jean Mary Cornes)는 런던에서 의학과 간호학을 공부한 의사와 간호사로, 휴전 직후 의료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1954년 3월 24일에 한국을 방문, 2년 4개월간 머물렀다.

콘스 부부는 군산도립병원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휴전 직후 상황이라 무너진 병원 건물과 열악한 의료시설, 피난민 환자들로 가득한 병실에서 의료 활동을 했다. 특히 부인 진 메리 콘스는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지원을 받아 군산도립병원에 간호원실무강습소를 설립하고 부족한 간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했다.

이때 콘스박사는 의료봉사활동을 하면서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이는 대로 사진에 담았다. 의료 활동 모습은 물론 군산지역의 시가지나 거리, 시장, 김장철 모습, 농촌의 사계절 풍경, 난민들의 생활 등 평범한 일상과 시위 모습, 이승만 대통령의 군산 방문, 1956년 정․부통령선거 등 사회 현장을 그때그때 눈에 띄는 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중에는 서울ㆍ경주ㆍ전주ㆍ논산 등 지역 사진도 있는데, 남산에서 촬영한 서울 전경 사진은 중앙청ㆍ시청ㆍ반도호텔을 비롯해 명동ㆍ충무로ㆍ을지로ㆍ종로ㆍ북촌 일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전쟁 직후 서울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전차가 다니는 한국은행 앞 광장과 남대문로를 담은 사진, 텐트로 움막을 지은 난민촌, 창덕궁 인정전과 원각사탑 등도 보인다.

특히 탑골공원 팔각정 앞에 모여 앉아 있는 노인들은 막 휴전이 됐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전쟁의 시름을 잊은 듯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서울역사박물관이 사진집으로 모아 공개한 사진들은 2012년 9월 전 주영대사관 공보관인 이대중 씨(현 한중일사무국)의 도움으로 진 메리 콘스 여사에게서 입수한 413컷과 2011년 공개된 디지털 파일 167컷 등 총 580컷이다.

지난 2011년 4월 12일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콘스박사를 초청해 ‘1950년대 한국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하면서 사진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바 있으나, 촬영한 사진의 전모가 알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지금까지 알려진 6.25 전쟁이나 휴전 직후 모습을 담은 사진은 주로 종군기자나 군인들이 촬영했다.

‘콘스가 본 1950년대 한국’ 사진집은 콘스박사가 의사로서 의료 활동을 하면서 그 주변에 펼쳐져 있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담아 사진이 주는 사실성과 함께 그 안에 담긴 내용 또한 당시의 상황, 휴전 직후 한국 사회의 모습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정직하게 전해주고 있어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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