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말레이 혼합문화 ‘페라나칸’을 엿보다
중국·말레이 혼합문화 ‘페라나칸’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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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복식류ㆍ장신구ㆍ도자기 등 230점 전시

▲ 국립중앙박물관이 페라나칸 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 이색 문화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 특별전을 마련했다. 신부혼례복(위)과 아래 왼쪽부터 타일, 신부머리장식, 나비모양 침대 장식이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동남아시아 동서 세계를 잇는 교차로 싱가포르에는 ‘페라나칸’이라는 혼혈 문화가 존재한다. 이들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해 페라나칸만의 이색 문화로 정착시켰다.

페라나칸은 대항해 시대 개막 이후에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서구 문화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혼재는 동남아시아의 지역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단어인 ‘페라나칸(Peranakan)’은 말레이어로 아이를 뜻하는 ‘아나크(anak)’에서 유래한 말로 해외에서 이주한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후손을 뜻한다.

오래전부터 해상 무역이 발달했던 동남아시아에는 아랍인, 인도인, 유럽인들로 구성된 다양한 페라나칸 공동체가 형성됐다. 이 가운데 중국계 페라나칸이 다수 분포하고 있으며, 남성은 바바(baba), 기혼 여성은 뇨냐(nyonya)라고 부른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이러한 페라나칸 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 이색 문화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 특별전을 마련했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됐다. 싱가포르에 정착한 중국계 페라나칸들이 다른 문화 요소들을 어떻게 수용하고 혼합해 독특한 양식으로 토착화했는지 살펴본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제1부 주제이기도 한 ‘믈라카에서 온 신랑 신부’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신랑은 중국식 복장을 하고, 신부는 자수와 구슬공예로 장식된 화려한 예복을 입고 있다. 12일간 거행되는 페라나칸 혼례의 첫날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2부 주제는 ‘페라나칸의 혼례: 중국의 영향’이다. 이들이 혼례 준비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침실을 재현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아 길상의 의미가 있는 장신구로 꾸며진 침실은 페라나칸 공예미술의 정수이자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제3부는 ‘뇨냐의 패션: 말레이의 영향’이다. 페라나칸 여성은 말레이 전통 복식인 사룽(sarong)과 케바야(kebaya)를 착용했다. 그리고 여기에 케로상(kerosang)이라 불리는 화려한 보석 장신구로 장식했다. 사룽과 케바야는 페라나칸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복식으로, 지금도 많은 디자이너에게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페라나칸은 무역상이나 도시적인 사업가로 유럽 문화를 적극 수용했다. 제4부 ‘서구화된 엘리트: 유럽의 영향’에서는 유럽의 영향을 받은 페라나칸의 모습을 살펴본다.

페라나칸은 영어를 배우고 서구식 복장을 했으며, 테니스나 크리켓 등 스포츠를 즐겼다. 서구식 주택을 지어 거주하고 유럽에서 제작된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새롭게 획득한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했다. 특히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초상화’를 선호했다.

20세기 전반 싱가포르 사회의 저명 인사였던 송옹시앙(Song Ong Siang, 1871-1941)의 초상화에는 양복을 입고 훈장을 착용한 모습과 성경이 함께 그려져 있으며, 이는 서구 문화의 수용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페라나칸의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제5부는 ‘페라나칸 공예미술’로 페라나칸의 취향이 반영된 공예미술을 살펴본다. 페라나칸 공예미술의 발달에는 여성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페라나칸의 여성들은 뛰어난 자수와 구슬 세공품을 많이 남겼다. 특히 여성들의 공간인 주방에서 사용하는 도자 세트는 신부용으로 따로 주문 제작됐는데, 이 페라나칸 도자를 ‘뇨냐자기(nyonyaware)’라고 부른다.

박물관 전시 관계자는 “이러한 페라나칸의 편견 없는 다양한 문화 수용은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에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과 페라나칸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복식류, 장신구, 도자기 등 230점이 전시된다. 전시 기간에는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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