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민주통합당 내 486세대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이 지난 19일, 당내 계파정치 청산을 걸며 스스로 조직을 해체했다. 만시지탄이고 바람직하다. 그간 민주당 내 486그룹에 대한 비판과 한계는 수없이 제기돼 왔으며, 이제는 오히려 새 정치를 위한 청산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을 정도였다. 우상호 의원이 말한 대로 당내 486그룹은 기존의 정치문법을 배웠고 기존의 관행을 혁파하는 데 주저했다. 그 결과 민주당을 지금의 이런 모습으로 몰락시킨 주범이었으며, 행동대에 다름 아니었다. 그들을 향한 ‘대한민국 486세대’의 분노와 배신, 절망을 조금이라도 동의한다면 그들은 열 번이고 백번이고 사죄해야 마땅하다.

민주당 혁파의 전면에 나서야
현재 민주당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일부 정치학자는 일본 자민당 시대의 ‘1.5당 체제’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자칫하면 최소 10년은 민주당이 집권당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험담이 아니라 절실하게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그만큼 민주당의 현 상황은 위태롭고 절박하다는 것이다. 과거 한나라당은 위기 때 찬바람 몰아치는 천막당사에서 국민께 마지막 기회를 엎드려 호소했다. 그 한나라당은 지금 새누리당으로 진화해 다시 집권당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도대체가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말이 비상대책위 체제이지 ‘비상’의 절박함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일상적이고 평온해 보인다. 당 지도부의 좌충우돌은 여전하고, 여론의 지탄을 받은 주류 핵심세력은 비가 오니 잠시 비를 피하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쇄신이 아니라 일시적인 피신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 보니 ‘5.4 전당대회’도 예년의 모습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비주류가 대세를 타고 있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민주당 위기는 어쩌면 위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기가 아닌가 싶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부도 흔들릴 것이고, 그러면 민주당한테도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그런 구태의연한 생각으로 지금을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박근혜 정부는 흔들릴지 몰라도 그것이 민주당에게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이미 대안으로 실패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의 국면에서 ‘진보행동’으로 손을 잡았던 당내 486세력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 진정으로 그간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반성한다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심과 당심에 충실하지 못한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는 사즉생의 결단으로 당 혁신에 복무해야 한다. 학창 시절,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온 몸을 던졌던 그들이 아니던가. 그 초심을 이제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천막당사의 한나라당보다 더 치열하고 과감하게 민주당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번 5.4 전당대회의 화두가 무엇인지, 당 혁신의 주체는 어느 쪽이 돼야 하는지 그들도 꿰뚫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일신과 정파를 위해서가 아니라 마지막 심정으로 민주당 혁신과 비전을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사는 길이다. 그것이 민주당을 지켜온 486세대의 마지막 자존심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486세대 정치인들을 향한 세간의 쓴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또 말뿐인 선언이냐, 기득권을 반성한다며 뭘 내놓았느냐고 묻는다. 아예 앞잡이 몇 명은 정계를 은퇴하라는 거친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 답해야 한다. 존망을 다투고 있는 지금의 민주당을 위해 이제 당신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부디 행동으로 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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