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하지만 고집은 못 말려”

▲ “오늘은 어느 궁녀방에서 묵을까! 이 방의 궁녀가 제일 예쁘다고? 알고 보니 이놈들 댓잎에 눈이 어두웠구나!”

▲ 건원 윤상철 선생
진나라의 임금 사마염이 중국을 통일한 뒤에 즐거운 고민이 생겼다. 항복시킨 나라에 있던 궁녀들을 데려왔더니 아름다운 궁녀가 1만 명이나 된 것이다.

어떤 궁녀가 더 예쁘다 할 것도 없고 일일이 선택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그래서 염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가다가 염소가 멈추는 후궁의 방에서 자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염소가 좋아하는 궁녀가 있는지 그 방 앞에서만 멈춰 섰다. 그래서 알아
보니, 그 궁녀의 방 앞에 염소가 좋아하는 대나무잎을 매달아 놓은 것이었다.

“아하! 이걸로 염소를 낚고 임금을 낚았구나!” 그 다음부터 다른 궁녀들도 대나무잎을 매달아 놓으니, 염소가 골고루 멈추어 서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뒤부터는 또 먼저 좋아하던 궁녀의 방 앞에서만 멈췄다. 그래서 또 알아보았더니, 방문 앞에 염소가 좋아하는 소금을 뿌렸는데, 그냥 뿌린 것이 아니고 남이 알세라 소금을 물에 타서 뿌린 것이다. 염소가 소금을 먹으려고 멈추어서니, 또 임금은 그 궁녀 차지가 된 거다.

지금 좋지 못한 손님이 오면 “소금뿌려라! 재수없다”고 하는 풍속도, 나쁜 손님을 쫓으려는 것이 아니라, 소금을 뿌림으로써 임금의 성은이라는 큰 복을 맞아들이려던 욕심에서 기원한
것이다.

▲ 귀수와 주변별들
염소는 힘으로 제어한다고 말을 듣는 동물이 아니다. 순해 보여도 한번 고집을 피우면 도저히 못 당한다. 그래서 하늘나라에서도 영혼을 가두고 지키는 역할을 맡겼다.

설날 밤 11시에 남쪽 하늘에 뜨는 마름모 모양의 별이 바로 귀수이다. 귀신 귀자를 쓰는 별인데, 그 안에 적시기라고 하는 흰색 빛이 보인다. 그 빛이 바로 귀신의 기운을 모아놓은 것이다.

양띠 중에 음력 7~12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 귀수가 수호별이다. 부탁을 해도 좋고 나를 잘 지켜달라고 응석을 부려도 잘 들어준다. 이 사람들은 귀수를 닮아서 평소엔 온순한 편이지만, 고집을 피우면 말릴 수가 없으며, 현실보다는 이상을 중요시 하고자존심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황해도 남부지역에서 백령도까지가 귀수와 관련이 깊다. 귀수를 수호별로 가진 사람들은 가끔 이 지역을 찾아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약력
-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박사 과정
- 現 대유학당 소속 저자로 저술 및 동양학 관련 강의 중
- 2011 ‘황극경세’
- 2008 ‘손에 잡히는 경전’ 시리즈
- 1998 ‘천문류초’ 최초 번역 1999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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