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거쳐 연체 기록 삭제…금융위 실태파악 착수

(서울=연합뉴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낙인이 찍힌 신용불량자(현 금융채무불이행자)가 236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이들 가운데 개별 금융기관에 비공식으로 연체 기록이 여태껏 남은 채무자를 선별, 채무조정을 거쳐 해당 기록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0일 "외환위기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의 '신용 사면' 방안으로는 채무조정 후 연체기록 삭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때 사업실패, 정리해고 등으로 빚을 갚지 못하거나 연대보증 탓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과 관련한 기록은 여전히 '주홍글씨'처럼 금융권에 남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전산망에서 7년이 지나면 연체 기록이 폐기되지만, 개별 금융기관에는 남아 경제활동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가 집계·보고한 자료로는 외환위기 원년인 1997년 말 3개월 이상 금융권 채무를 연체한 신용불량자는 143만명이었다.

신용불량자는 위기의 여진이 본격화한 1998년 236만명으로 1년 새 65.0% 급증했다. 1999년 말에도 235만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기존 신용회복 프로그램으로 자활에 성공했지만, 상당수는 외환위기 때 씌워진 빚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한다.

다만, 금융채무는 엄연히 '사적(私的) 계약'의 결과물이어서 채무 자체를 없애기는 법률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개별 금융기관이 리스트(연체자 목록)에서 없애려면 신용을 회복해야 하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 채무조정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이 지난 만큼 이들의 신용등급과 금융 접근성에 악영향을 주는 연체 기록을 삭제하되, 빚을 일부라도 갚는 조건을 달아야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IMF 때 사업실패 등으로 금융거래 자체가 막혀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못 하는 국민이 많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구제 차원을 넘어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려는 취지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게 박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신용불량이나 저신용 상태로 남은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실태가 어떤지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달 말 출범할 국민행복기금의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금융위는 판단한다.

국민행복기금은 1억원 이하 빚을 6개월 넘게 갚지 못한 장기 연체자에게 채무를 30~50% 감면하고 나머지는 분할상환해 신용을 회복하도록 설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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