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개인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 경비도 보안관도 소용이 없었다. 학교와 부모의 관심도 만연한 학교폭력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잘못된 문화가 자리 잡은 학교와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고를 갖고 생활하라는 것이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지금 시대를 혼돈의 시대라고도 하고, 말세라고도 말한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라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각종 현상들이 혼돈한 시대, 말세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저 시대가 그렇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들만의 힘으로 이 시대의 난관을 헤쳐 나가기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최근 경산의 한 고등학생이 친구들의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주요 가해학생인 권모 군과 이모 군을 대질심문한 결과 권 군이 지난해 10월 학교에서 피해자 최 군의 머리를 때리는 등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18일 밝힌바 있다. 그러나 권 군은 교실에서 최 군의 바지를 벗게 한 것은 이 군이 한 짓이라고 진술했고, 이 군은 최 군의 바지를 벗긴 적이 없으며 오히려 권 군이 지난해 4월과 10월에 최 군을 때리는 것을 봤다고 반박했다.

폭행 사실의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것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같은 인격체로서 피해 학생의 바지를 벗겨 수치심마저 들게 하는 행동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해왔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교폭력에 대해 가해 학생들이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문화의 영향이라고 보아진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접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의 폭력은 용인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본다. 폭력을 휘두르고, 잘못을 저질러도 나중에 반성하면 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아이들이 폭력을 휘두르고도 입으로만 반성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줬으며 ‘벌 받고 나오면 되지’라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경산 자살 고등학생을 괴롭힌 가해자 중 한 학생이 최근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과 그 글에 달린 친구들의 댓글들을 보면 정말이지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다.

1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산고 가해자 카스(카카오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10분쯤 가해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카스에 “사죄합니다. 지은 죄만큼 벌 받고 오겠습니다. 모든 지인들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제는 이 글에 달린 친구들의 댓글이다. “뭘 잘못했는데 니가” “일단 우짜겠노. 그래 됐으니 잘 견디고 힘내그라. 어깨 쭉 펴고” “힘내라” “사나이는 한 번쯤 징역 갔다 와도 된다” “지은 죄 만큼만 받고 와라. 더 이상은 못 기다리니깐” 등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이런 댓글을 보며 친구의 우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만큼 폭력을 휘두르고 수치심을 안겨주면서도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진정 친구라면 잘못된 길로 가기 전에 이끌어줬어야 할 텐데, 이젠 그 잘못된 행동마저도 위로하고 이해하려 하는 모습, 외려 가해자를 두둔하는 모습이 씁쓸할 따름이다.

학교폭력에 의해 자살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방송과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되듯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한 학생들도 많다. 자신들이 재미삼아, 혹은 자신들의 화를 풀기 위해 죄 없는 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피해학생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도 지옥으로 만드는 끔찍한 범죄임을 알아야 한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미성년이기 때문에’라는 말로 잘못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의 행태는 더 이상 철없는 미성년이 저지르는 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죄에는 그에 맞는 형벌이 내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점점 더 향방 없이 가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옳고 그름,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확실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오직 이해와 사랑만이 너와 내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이며, 이 땅에 평화를 줄 수 있는 길임을 알리는 문화 바로 ‘하늘문화’를 심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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